[통합의보 거덜 부채질]재정대책도 없이 "합치고보자"

입력 2001-03-20 18:38수정 2009-09-21 01:5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 ‘계층간 형평성을 확보해 사회통합 달성’ ‘적정부담 적정급여와 보험재정 안정’ ‘그러나 추가부담은 없음’….

정부가 지난해 7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를 통합하면서 내건 ‘거창한’ 구호들이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보험재정이 파산 위기에 처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시 일단 조직통합이 이뤄졌으며 재정통합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직장'은 적립금 물쓰듯▼

96년만 해도 보험재정 적립금은 무려 3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슬슬 빠져나가고 급기야 ‘4조원 적자 예상’ 운운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을까.

이는 급여를 대폭 확대한 정부의 선심성 정책 탓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보험료 수입은 별로 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편익 증대’에만 급급했다. 연간 180일로 제한돼 있던 요양급여 기간의 제한을 철폐했으며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등 고가 의료행위를 급여에 포함시키는 등 혜택을 계속 확대했다.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특히 지역의보에 비해 적립금이 훨씬 많았던 직장보험의 경우 재정 통합이 예정된 올해 말까지 적립금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지출이 계속 늘어나 파탄이 예상되는데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지역'은 징수 게을리해▼

지역의보도 ‘도덕적 해이’ 측면에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직장의보와 분립된 상황에서는 개별 조합이 재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지출 절감에 노력했다. 그러나 통합을 앞두고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 징수율이 뚝 떨어졌다. 96년 이전 징수율은 97% 이상을 유지했으나 통합을 앞두고 97년 95.8%, 98년 상반기 91.3%, 통합 직후인 98년 말 84.7% 등으로 하락한 것.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체제도 한몫하긴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된 99년 이후에도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적시에 하지 못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저조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적 저항’을 우려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의보통합과 거의 동시에 실시된 의약분업은 보험재정의 파산 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의보통합 이전 환자들의 약국 사용건수는 연 1억건에 달했다. 그런데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과 약국을 의료보험료로 이용하게 되면서 추가 지출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다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는 몇차례 ‘임기응변식’ 수가 인상을 해줌으로써 보험재정은 고갈 차원을 넘어 파산지경에 이른 셈이다.

▼재정 분리운영해야▼

이와 관련, 통합을 하더라도 재정확보 방안을 마련한 뒤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게 옳았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 형국’이라는 것.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1조9000억원의 국고 지원 조기 투입 및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도, 의료저축제도의 도입 검토 등 뒤늦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김병익 교수는 “형평성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직장의보와 지역의보간 재정통합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재정통합을 일단 유보하고 보험재정을 분리 운영함으로써 직장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고 지역의보 재정은 징수율 제고와 국고지원 확대 등을 통해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