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세탁방지법 미루지 말라

입력 2001-03-11 18:53수정 2009-09-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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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與野)가 전격적으로 자금세탁방지법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으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그동안 시민단체와 여론에 밀리고 시달리면서도 움켜쥐고 있던 ‘불순한 성역’을 포기하기로 했지만 의원들은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저항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야당탄압 우려’ 등의 명분을 내걸고 ‘계좌추적을 할 경우 미리 알리라’는 규정을 요구하는 등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어쨌든 이번 여야 지도부의 합의는 민주당의 조순형 천정배 두 의원이 줄기차게 싸워 얻어낸 성과다. 법이 통과되면 공천대가로 돈을 받아도 처벌되고, 대가성이 없다고 우겨도 정치자금법을 어기고 돈을 받으면 그 자금원을 추적해 몰수하며, 돈세탁을 도와준 공모자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맑고 깨끗한 정치로 한걸음 나아가는 의미가 있다.

정치권이 당초 정치자금만 제외한다는 발상을 한 것부터가 군색한 것이었다. 벌써 97년 김영삼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도 정치자금 규제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21세기의 여야’가 ‘정치자금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죄)으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우물우물하며 그들만의 성역을 즐기려 했다. 정치부패가 ‘만악(萬惡)의 근원’처럼 여겨지는 판에, 돈세탁방지법 적용 대상에서 정치자금만 빼려고 한 것은 정치인의 이기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렵게 여야가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막상 법안 통과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이른바 금융정보분석기구(FIU) 구성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놓고 ‘야당 탄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대통령령에 ‘중립성’을 명시키로 하는 총무 합의로 절충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야당 일부에서 ‘금융기관 종사자가 의심이 가는 정치자금에 대해 FIU에 보고할 경우 10일 이내에 해당 고객(정치인 등)에게 통보하도록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 ‘계좌추적 본인 통보’ 주장에 대해서는 ‘자금세탁방지법의 기본 골격을 무력화하고 정치인에게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계좌추적을 알게 되면 정치인이 정치생명을 걸고 죽기살기로 ‘힘’을 쓰게 되고 결국 투명한 정치는 도로에 그친다는 것이다. 여야는 ‘맑고 깨끗한 정치’ ‘공정한 정치’라는 큰 틀에서 남은 이견을 조정,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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