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현장]카렌스, "리콜 하면 뭐하나"…엔진결함발견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6시 13분


기아 자동차가 주행중 엔진정지를 일으키는 신형 카렌스(2.0 Di LPG)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으나 정비를 받은 차가 여전히 같은 이상을 일으키고 있다.또 리콜이후 출고된 새 차에서도 같은 결함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기아자동차가 원인도 파악하지 않은 채 리콜을 실시해 적당히 수리를 하는 시늉만 했거나 기아의 차량 정비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렌스 소유자들은 리콜 후에도 고장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며 기아측에 차량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베이퍼라이저(공기·연료 혼합비 조절장치)에 문제가 있는 카렌스 4921대를 공개리콜하기로 하고 이중 40% 가량의 차량에 대해 리콜 정비를 마쳤다.

기아측은 카렌스 엔진이 주행 중 정지하는 것은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듀티값)를 조정하는 '베이퍼라이저'에 문제가 있다면서 공개리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차량 소유자들은 리콜 정비를 받은 카렌스 뿐아니라 공개리콜 이후 시판된 출고차량 중 일부에서도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콜 받으나 마나... 이젠 정비 공장 가기가 지겹다"▲

'안티 카렌스' 사이트(http://carens.co.kr)를 개설해 카렌스의 엔진정지사례를 모으고 있는 고정택씨(42·경남 진주·고교교사)는 "공개리콜 이후에도 시동꺼짐 현상이 계속 발생했으며 두 달동안 4번이나 정비를 받았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며 "현재는 기아 창원영업소에 차를 맡겨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고씨의 사이트에는 리콜 정비를 받은 후에도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견이 10여건 올라 있는 상태다.

똑같은 현상으로 기아자동차 영등포 사업소에서 베이퍼라이저를 교환한 권상중씨(30·서울 강동구 길동·회사원)는 "공장장 책임하에 베이퍼라이저를 바꿨지만 다음날 서울 장충동 내리막길에서 시동이 꺼졌다"고 주장했다.

▲리콜발표 이후 출고차량도 마찬가지▲

지난 5일 카렌스를 구입한 정의석씨(35·인천 계양구 효성동·자영업)는 "15일 신갈IC 부근에서 시속 100㎞ 상태에서 클러치를 밟자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와 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급정거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뒤따라오던 대형버스와 거의 충돌할 뻔 했다"면서 "다리가 떨리고 식은땀이 나 차를 길가에 세우고 한시간 동안이나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린 최한종씨는 "9월 25일 차량을 구입해 현재 1000㎞를 운행했는데 내리막길에서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시동이 꺼진다"고 불안함을 나타냈다.

▲무성의한 기아자동차의 태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기아자동차 고객상담실의 한 직원은 "시동꺼짐은 중대한 결함이 아니다"면서 고장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에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자동차 인천사업소 정택균 고객상담실장은 "엔진이 정지되는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면서 "카렌스2.0의 경우 시속 100Km 이상에서 클러치를 2초이상 밟게 되면 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실장은 "엔진 정지 현상에 대해 본사로부터 별다른 정비지침을 받은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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