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심정책으로 멍드는 경제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4분


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온 선심성 정책으로 나라경제가 멍들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준영공보수석이 21일 반론을 통해 “인기를 의식했으면 공기업구조조정이나 의약분업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지만 불행하게도 정치논리에 희생된 경제정책의 폐해는 곳곳에서 입증됐고 공공개혁이 얼마나 미진한지는 바로 정부기관인 감사원의 지적에도 잘 나타나 있다. 반성이 없으면 개선의 여지도 없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현상인식은 유감스럽다.

선심성 정책들은 정부 여당이 뻔히 나쁜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비판의 대상이다. 본보 21, 22일자에 보도된 수많은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지난번 4·13총선직전 표를 의식해 각부문의 구조조정을 뒤로 미뤘던 것은 가장 나쁜 사례로 꼽힌다. 이 부분은 당시 경제팀 국무위원들조차 시인하고 고민했던 사안이다.

정부가 벤처기업의 생성을 촉진하는 주변여건 조성에서 벗어나 한해에 벤처기업 몇 만개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전시행정을 하는 바람에 오늘날 코스닥시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개미’투자자들의 신음소리는 얼마나 깊은지 천하가 알고 있다.

은행합병을 추진하면서 인원감축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행장의 말은 그 은행의 최대주주가 정부라는 점에서 갈등을 뒤로 미뤄 화를 키우는 실책의 반복을 예고하는 것이기에 안타깝다. 그러려면 왜 은행합병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

이처럼 정부가 인기에 영합해 이해당사자의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동안 환란 이후 한껏 고조됐던 사회의 긴장분위기는 급속히 이완됐다. 뒤늦게 개혁을 시도하려다 보니 국민부담은 급증하고 사회적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인기를 얻기 위해 이해집단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나머지 국민의 마음은 정부로부터 더욱 멀어진다는 점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이로운 일이라고 확신하면 국민의 고통분담을 설득하면서 당당하게 경제논리로 정책을 수행하기 바란다.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명확한 기준과 원칙아래 정치논리에도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당장은 정부여당이 인기를 잃고 외면당하더라도 개혁의 틀을 성공적으로 마련한다면 이 정권은 역사에 긍정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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