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시 당선과 민주주의의 힘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54분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1개월이 넘는 법정공방 끝에 마침내 제43대 미국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수개표문제를 둘러싼 공화 민주 양당의 법정투쟁에서 수개표는 위헌이라며 공화당 부시후보의 손을 들어 주자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도 패배를 시인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대통령선거는 선거인단선거라는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일반유권자로부터는 다수 득표를 한 후보가 패배하는 기록을 다시 한번 남겼다. 플로리다주의 재검표과정에서 발생한 유,무효표 논란은 투개표 방식에 중요한 허점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지난 35일 동안 미국 국민이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해 가는 과정을 보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그들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감정을 억제하고 기존의 법과 제도를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미국 사회의 민주주의 의식이 돋보였다. 어제 고어후보가 “도전이 시작됐을 때는 맹렬히 싸우지만 결과가 나왔을 때는 서로 단결해서 화합해야 한다”며 패배를 시인한 연설도 인상깊다.

미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법정공방을 벌여왔음에도 이처럼 법치주의 절차에 따라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한 것은 미국 스스로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부시 당선자는 이제 분열된 국론과 ‘소수파 대통령’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의 새 천년 첫 지도자가 된 그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지구촌 곳곳의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은 이번 대통령선거로 생긴 상처를 조속히 치유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무엇보다 관심을 갖는 것은 부시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 안보팀 면면을 보면 대북(對北)정책에 관한 한 대체로 강경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비록 클린턴행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근간은 유지된다 해도 북한과의 세부 접촉과정 등에서는 미묘한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가 점차 경쟁관계로 접어들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우리로서는 예의 주시하고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부시후보의 당선확정을 계기로 기존의 한미(韓美)공조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북―미(北―美)관계 및 동북아 정세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 정부는 보다 정교한 대미(對美)외교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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