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산삼과 도라지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25분


산삼을 캐서 횡재를 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한달 전쯤에도 그같은 일이 있었다. 경기도 연천읍에 사는 한 주민이 인근 산에 도라지를 캐러 갔다가 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삼을 캤다. 그것도 한 뿌리가 아닌 일곱 뿌리나. 이중 가장 큰 것은 성인 엄지손가락만한 굵기에 길이가 50cm정도나 됐다. 옛말에 한 뿌리만 캐도 가난을 벗는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지금쯤 가난을 벗어났을까.

▷산삼과 도라지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도라지는 산이나 들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쉽게 띈다. 씨를 통한 번식도 잘된다. 하지만 산삼은 여간해서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누구나 가보기 힘든 심산유곡에서 자란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라지는 흔하고 산삼은 귀하다. 산삼은 도라지 보다 훨씬 쓴맛을 지니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정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삼과 도라지를 생각하게 된다. 좋은 인사란 도라지 대신 산삼을 찾아내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해서다. 훌륭한 인재는 어떻게 찾아야 하나. 우선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는 멀리 있는 사람 중에서 찾아야 한다. 알려져 있는 사람보다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 중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말을 잘 듣는 사람보다 잘 듣지 않는 사람 중에서 찾아야 한다. 몇 년 전에 나온 ‘YS를 해부한다’(박용수저)란 책에서 본 ‘인재등용 3법칙’이다. 한마디로 자리를 찾아 열심히 뛰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숨어사는 사람을 찾으라는 얘기다.

▷이번에는 김대통령이 정말 산삼을 캐는 것처럼 ‘인사횡재’를 했으면 좋겠다. 문제는 사람은 식물과 달라 등용할 때 산삼과 도라지를 구별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또 도라지인줄 뻔히 알면서도 산삼으로 포장하는 속임술도 문제다. 며칠 전 서울경찰청장 인사파문이 바로 그 경우가 아닐까. 무엇보다 산삼을 찾겠다는 ‘심봤다’의 정신이 중요하다. 그리고 산삼을 고른 후 이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삼은 다시 도라지 뿌리들에게 휘감기고 말 것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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