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여년전 한옥짓고 '둥지'튼 서세옥 화백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9시 09분


“성북동은 단순한 부촌만은 아닙니다. 예로부터 궁궐과 가깝고 풍광도 수려해 많은 선비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겼고 역사유적지도 산재한 유서 깊은 동네입니다.”

한국화단의 원로 산정 서세옥(山丁 徐世鈺·71)화백은 30여년간 성북동에 기거해 온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당대의 안목’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가 옛 건물을 본떠 직접 설계한 ‘무송재(撫松齋)’라는 한옥을 짓고 성북동에 터전을 잡은 것은 60년대 중반.

“성북동과 인연이 시작된 것은 40, 50년대입니다. 스승 김용준 화백의 화실을 찾아 그림도 배우고 근처 노송 숲과 개울을 찾아 친구들과 시도 지으며 풍류를 즐기다 아예 집을 짓고 눌러 살게 됐죠.”

이 곳의 빼어난 풍광과 맑은 공기, 곳곳에 산재한 유적들은 그의 창작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12년 전 한옥 옆에 작업실 겸 주거공간으로 지은 양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그의 집은 성북동에서도 가장 빼어나고 운치 있는 집으로 손꼽힌다. 외국의 까다로운 저명인사와 예술가들도 이 집을 방문한 뒤 한국의 전통미에 매료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10∼20년 새 도로가 나고 터널이 뚫린 뒤 집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빼어난 풍광과 유적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서화백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인근에 고급주택들이 늘어나면서 성채처럼 높은 담을 올려 이웃간에 대화가 없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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