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거 우리나라 만화 맞아?"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9시 03분


책 표지부터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책 안을 들여다봐도 독특한 컷 나눔, 수묵화 느낌의 컬러 사용 등유럽 만화의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표지 한귀퉁이에 조그맣게 씌여있는 ‘글 그림 정경아 원종우’라는 작가 소개를 보면 국산 만화임이 분명한데….

정경아 원종우씨 부부가 최근 출간한 ‘빠담빠담’(시공사)은 기존만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과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이부부를 만나봤다.

◇에디트 피아프 일대기 다룬 '빠담빠담' 낸

정경아-원종우 부부◇

―우선 프랑스 샹송가수인 ‘에디트 피아프’의 일대기라는 소재가 독특하다.

“가난뱅이 소녀에서 최정상의 가수까지 수직 상승한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이 매력적이었다. 또 남성편력으로 많은 스캔들을 뿌리면서도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늘 새로운 변신을 꾀했던 그녀의 삶이 우리의 파격적인 시도에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정경아)

―‘빠담 빠담’은 무슨 뜻인가.

“심장이 뛰는 소리, 즉 우리 말로 하면 ‘두근 두근’ 정도 된다. 피아프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하다.” (원종우)

―그림과 컷이 매우 독특하다. 컬러작업도 흔치 않은 것인데.

◇질감-채색 중심의 새 시도◇

“우리나라나 일본만화는 모두 선(線) 위주의 흑백만화다. 우리는 선을 간략한 밑그림 정도로만 활용하고 질감과 채색을 중심으로 했다. 또 펜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로만 작업했다. 컷도 기존 만화의 틀을 깬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구성했다. 잘 보면 한 컷 안에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제각기 대사가 있다. 독자가 작품에 몰두하기 보다 관찰자적인 입장에 서길 원해 이같은 기법을 도입했다.” (정)

―부부가 함께 작업했나.

“98년 기획하기 시작해 책이 나올 때까지 시나리오 그림 컴퓨터작업 등을 함께 했다. 원래 만화 서클에서 만난 사이고 만화 때문에 결혼했다고 해도 맞다.” (원)

―만화 수업을 받은 적이 있나. 부인은 중앙대 사학과, 남편은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출신인데.

“둘다 만화나 그림 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그냥 어릴 적부터 만화가 좋아서 수많은 만화를 보고 그리다 보니 만화가가 된 셈이다. 그래서 기존 만화와는 다른 만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정)

―국내 만화 작가 중에선 누굴 좋아하나.

“방학기 김혜린씨를 좋아한다. 방학기씨 작품에서는 ‘바람의 파이터’ 등에서 보여준 다큐멘터리 기법을, 김혜린씨 작품에서는 레이아웃과 컷 배치 등을 배워 이번 작품에서 많이 활용했다.” (원)

―‘빠담 빠담’이라는 새로운 시도의 의미는.

“이전에 ‘빠담 빠담’과 비슷한 만화를 갖고 출판사에 응모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담당자가 ‘만화도 아니다’ 운운 하면서 아예 심사조차 못받게 했다. 우리 만화는 1회용 만화다. 만화가게에서 한번 빌려다보면 다시 안보는 식이다. 1회용 만화로는 하위 문화 대접 밖에 못받고 일본 ‘망가’의 아류에 그칠 뿐이다. 소장가치가 뛰어나고 독자가 보고 또 보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 나름대로 그런 만화를 처음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정)

◇두고두고 보는 만화 만들터◇

―상업적인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빠담 빠담’은 기존 만화 독자외에도 고급스런 독자를 새로 발굴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싶다.” (원)

―더 큰 꿈이 있는 것 같다.

“현재 4권까지 나온 ‘빠담 빠담’이2∼3년 안에 12권까지 모두 출간되면 서구 시장을 염두에 두고 동양적인 판타지를 살린 작품을 그려볼 생각이다.” (정)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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