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김일주/시민이 외면하는 프로축구단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0분


10월 하순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는 7000여명이 모여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응원할 수 없는 성남의 일화축구단은 물러가라’고 적혀 있었다.

제 고장 사랑의 취지로 태어난 축구단이 연고지의 시민 상당수로부터 응원하지 못하겠다는 배척의 목소리를 듣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성남 일화축구단은 특정 종교가 지원하는 구단이다. 그런데 100만명에 가까운 성남시민 중 약 40%가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다. 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화축구단은 성남을 대표하는 연고팀으로 올 한해 동안 활동했고 곧 성남시와 내년 시즌 재계약을 체결한다고 한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종교갈등이 있다. 종교갈등은 인간관계를 황폐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정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 스포츠의 도입은 사회와 지역의 통합수단으로서 장점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성남시는 다수 시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정을 통해 좋은 기능을 해야 할 구단을 시민의 갈등 요소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관해 행정 주체인 성남시는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특정종교가 지원하는 축구단을 유치하면서 종교갈등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성남시 책임자는 무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시민이 반발할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그리했다면 책임자는 의혹을 받을 소지가 있다. 성남종합운동장에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멀쩡한 하키장을 철거하고 그 곳에 축구장을 만들 때부터 많은 시민들은 의구심을 가졌었다.

성남시청측은 프로축구단 명칭의 관례상 ‘성남’ 다음에 기업체 명칭이 붙어야 한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지만 그것을 시민을 분열시키는 데 대한 책임 있는 답변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꼭 ‘관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새 시대의 지방자치단체로서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는 없는 일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당국은 모든 성남 시민들이 애정을 갖고 응원 할 수 있는 축구단을 유치하거나 이름이라도 고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일주(환태평양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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