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삼성車 부채처리 '수렁'…生保 연내상장 무산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40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연내에 확정짓기로했던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장 방안에 대한 검토 자체를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한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연내에 생보사 상장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번복한 것으로서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를 둘러싸고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는 채권단과 삼성그룹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장연기 이유=금감원 김기홍 부원장보는 상장 방안은 연내에 확정하려했으나 상장 이익을 공익사업 출연 등의 형태로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계약자측 시민단체와 생보사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도 대규모 물량 공급을 야기할 두 생보사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소 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상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생보사 상장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겠다 고 여운을 남겼지만 여건 조성의 전제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생보사측의 합의△주식시장 활성화 등 단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일각에서는 생보사 상장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계약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계약자의 회사가치 기여분을 공익사업 출연 등의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전제로 생보사 상장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삼성, 교보생명측은 현행법상 생보사는 주식회사로서 계약자에게 상장 이익을 배분해 줄 의무가 없으며 주주 부담으로 공익사업 출연 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 맞서왔다.

김 부원장보는 계약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한다는 타협안도 현행법상 문제가 있으며 상장이익을 계약자에게 분배하는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8월경에만 해도 공모주 계약자 우선배정 방안에 비중을 뒀지만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이 방식은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 고 지적하자 대안을 모색해왔다.

▽삼성자동차 부채는 어떻게 처리하나=채권단은 8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삼성차 부채처리 방안을 논의한다. 올해 안에 매듭짓기로 했던 생명보험사 상장이 연기되자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에 대한 담보로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주당 70만원)의 처분에 채권단이 직접 나서는 것.

주채권은행 한빛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은 삼성생명 주식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이를 재평가할 것 이라며 담보가치가 2조4500억원에 모자랄 경우엔 삼성측과 맺은 합의서에 따라 추가 담보도 요구할 것 이라고 밝혔다.

삼성측은 지난해 8월 채권단에 부채 상환용으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의 삼성생명 350만주를 내놓았다. 또 삼성생명이 올해 안에 상장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은 채권단으로부터 주식 처분 위임권을 받아 매각한 뒤 빚을 갚기로 한 것.

또 삼성의 31개 계열사는 처분액이 2조4500억원에 못미칠 경우 후순위채 매입 등으로 채권단에 지원하고 연말까지 매각하지 못할 경우엔 2001년부턴 연 19%의 연체 이자를 내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그러나 상장이 연기돼 삼성계열사의 부채 분담이 현실로 다가오자 삼성측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 며 발을 빼고 있다. 게다가 참여연대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자동차의 부채를 갚는 것은 부당하다며 전자의 임원을 대상으로 서울지방법원에 위법행위유지 가처분신청 를 낸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지난달말 참여연대의 가처분 신청을 이유로 합의서의 조속한 이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공식 통보해왔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31개 계열사가 이사회를 거쳐 합의서에 서명한 만큼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훈 이나연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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