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백진현/‘진승현 게이트’ 집요한 보도 돋보여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15분


경찰이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밝힌 단속대상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난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유언비어이며 과연 무슨 근거로 어떻게 단속하겠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지만, 정부가 단속해야 할 정도로 유언비어가 무성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우리사회의 공식적인 정보소통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 수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정보매체인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가령 남북정상회담 이후 언론이 북한의 현실이나 남북관계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보도해 왔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외국언론에 다양하고 정확한 북한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추진이 투명하지 않을 때 언론의 역할은 더욱 소중하다. 거듭되는 각종 부패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권력집단이 진실을 은폐하려 할수록 언론의 진실추구 역할이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동아일보의 연이은 보도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특유의 집요함과 날카로움이 엿보인다.

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으로 정상화된 정국에 대해 “내주 말께 영수회담 연다”는 제목(25일자 A1면)으로 보도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제목은 무조건 등원결정 과정에 여야간 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나 영수회담 개최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곧 드러났다.

정치관련 기사에서 언론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인상을 피하려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지만 때로는 시시비비를 가려 잘한 점은 칭찬하고 잘못한 점은 혹독히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사자들은 여론을 두려워하고 언론을 경청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설 “민주당 잘못 흐지부지 안된다”(25일자)는 적절한 비판이었다.

경제의 먹구름, 노동계의 동요, 거듭되는 부패사건, 집권여당의 무기력 등 국정위기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내치의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대통령이 외교보다 국정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교가 내치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인식되면서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회담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

이번 회담에서 향후 동아시아 경제협력체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함의를 지닐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이었지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외교행사의 홍수 속에 그 의미를 충분히 짚지 못해 아쉬웠다.

지난 주간의 국제면은 다양한 읽을거리로 돋보였다.

특히 선거 후 3주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대통령을 확정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희비가 엇갈리는 미국 대선에 대한 상세한 보도와 거의 한달 동안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광우병 사태에 대한 기사(1일자)가 눈길을 끌었다.

백진현(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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