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슈프너 한독상공소장 "된장찌게 매일 즐겨요"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51분


“한국에 와서 세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아내와 가족이고 둘째는 한국의 골동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이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오늘로 부임 20년째를 맞는 플로리안 슈프너 한독상공회의소 소장(56).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슈프너 소장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이던 1980년에 부임해 30대 후반 이후 20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당시 한국근무는 모험이었습니다. 특히 10·26 등 정치적인 불안으로 모두 말렸지만 그럴수록 동방의 작은 국가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단신으로 부임해 호텔을 전전하며 개소식을 준비했고 부임 6개월 만에 한독교역이 이전의 두배인 15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독간 연 교역량은 90억달러. 부임 당시 한국의 수출품은 고작 섬유와 의류제품이었지만 현재 한국자동차가 독일의 아우토반을 누비고 전자제품이 독일매장을 채우고 있다.

“독일제품의 한국시장진입이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아직 곳곳에 장벽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외국차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조선산업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의 제2 위기설과 관련해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경제는 97년 경제위기 이후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많이 개선됐지만 금융과 대기업 구조문제 등에 있어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한국 투자규모는 현재 37억달러. 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3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독일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제3의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하루에 한번 가족과 된장찌개와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슈프너 소장. 그는 오늘 한국 부임 20주년을 맞아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조촐한 파티를 갖는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상무관 역할/자국이익 위한 '경제첨병' ▼

대사관내 상무관은 자국 이익을 대표하는 경제첨병이다. 외자유치와 기업진출 지원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정보를 취합해 본국에서 경제전략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 때문. 주한 대사관 중 상무관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영국. 영국 대사관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신제품을 소개하고 한국진출을 원하는 영국기업을 대신해 시장조사를 하기도 한다. 매년 방한하는 통상사절단과 경제 세미나를 지원하는 것도 주요 업무의 하나.

7명으로 구성된 영국 대사관 상무과는 통신 자동차 제약 건설 정보기술 소비재 분야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투자 건설 농업분야에서 한국기업 유치를 위한 경제상무관과 양국 교역을 담당하는 무역상무관을 따로 두고 있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투자진흥담당차관을 초청해 진출기업의 소득세 5%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석유와 가스 분야의 투자촉진을 위해 현지시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주로 첨단분야인 정보기술(IT)산업과 농업분야 등의 기술협력과 교류에 초점을 맞춰 경제사절단을 모집하고 있다. 대사관측은 “7∼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주최로 열린 ‘서울 테크노마트 2000’에 나스닥 상장기업인 브리즈콤 등 13개 이스라엘 첨단기업이 참가해 국내기업과 250건의 면담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사관은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별도의 상무관을 운영하고 있다. 로랑 파두 참사관을 정점으로 직원만 35명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이다. 양국 기업의 진출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양국간 교역을 위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10월 17∼20일까지 서울 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프랑스―꼬레 2000 산업박람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백경학·권기태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