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저 자연과 벗하는 즐거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골프스코어가 그리 신통치 않은 것도 골프 그 자체보다 오히려 지인들과 어울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장 가는 것을 즐기고 싶어하는 유별난 골프관(觀)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고르는데 좀 까다로운 편이다. 주변의 경관은 기본이고 직원의 매너와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하나하나까지 유심히 살핀다.
어쩌다 마음에 쏙 드는 골프장을 보면 마치 ‘평생 벗을 만난 듯’ 즐거움이 솟아난다.

남제주군 안덕면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은 까다로운 내 ‘입맛’에 딱 맞다. 산과 바다를 한아름 가슴에 안고 라운딩할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에다 인공미(직원들의 친절한 매너는 단연 으뜸이다)까지 가미된 환상의 코스로 손색이 없다.
우선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귀에 익은 선율이 들 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혀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다. 호사스럽지 않으면서도 아늑한 클럽하우스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선곡(選曲)이다.
클럽 직원들의 한결같은 미소와 친절, 라운드 도중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도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캐디들. 다른 골프장에서는 이동중에 다른팀 캐디와 눈이 마주쳐도 인사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내가 핀크스를 즐겨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안하리만큼 철저한 회원관리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어느날. 집 현관을 들어서는데 집사람이 “여보, 제주도에서 옥돔선물세트가 당신 이름으로 배달돼 왔네요”라고 말했다.
철에 따라 봄에는 감자,여름에는 고사리,가을엔 옥돔,겨울엔 감귤 등 직원들이 직접 손품을 팔아 장만한 제주특산물을 회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이는 웬만한 골프장이 따라올수 없는 ‘고객감동’의 실천이 아닐까. 핀크스가 서비스로만 승부를 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린은 물론 페어웨이와 러프 모두 양잔디여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억새풀의 장관이 어울려 한층 격조를 더해준다.
특히 5번홀에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그 아래 손에 잡힐 듯이 펼쳐져 있는 바다는 속세의 찌꺼기를 한순간에 날려보내는 ‘앤돌핀’구실을 한다.
물론 이곳에도 ‘복병’이 없지 않다. 골퍼에게 도전과 희망,실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주는 난코스 18번홀(파4·388야드).
오른쪽에 자리잡은 호수,왼쪽 끝에는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는 클럽하우스,포대그린 앞에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개울, 이 모든 것의 조합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정복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김광호(전자사랑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