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정/‘유통전쟁’ 멈추고 공존의 길 가자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57분


올해 상반기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졸업에 따른 증시 활성화와 소비지출의 증가로 소매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백화점과 할인점은 놀랄 만한 신장세를 보이며 소매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 사회적인 외부환경의 악화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업계 전체가 심각한 매출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시장에 가보면 썰렁한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 배어 있다.

백화점 업계를 보자.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메이저 업체에 의한 시장 과점화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층이 몰려 있어 경기변동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서울 강남지역에 백화점들이 무더기로 문을 열면서 강남 상권의 한정된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뜨거운 ‘유통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에서는 새로 진출을 꾀하는 대형 유통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지방 중소유통업체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할인점과 백화점 등 대형점포를 새로 내면서 지방 유통업체들은 고객 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신규 출점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지방경제는 언론이 보도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정부도 이미 내년부터 지방의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단속을 강화하며 셔틀버스의 운행을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대형 유통업체와 지방의 재래시장, 지방 유통업체들은 공존공생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는 지방점포의 과도한 출점을 자제하고 지역특산품을 대량 구매하는 등 지역친화적 전략을 택해야 한다.

재래시장은 시설을 현대화해야 하며 중소 영세점포들끼리 체인화를 추진해 지방상권을 방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 유통업체들은 국내외 선진유통업체와 공동으로 점포를 개발하는 등 ‘제3의 길’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은 지방유통업체 지역시장 대형유통업체들의 의견을 고르게 수렴해 지방경제와 국내 경기에 모두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내년 영업전략은 소비자들의 앞서가는 취향을 따라잡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매장 고급화와 수입명품을 비롯한 고가품의 판매는 계속 강화될 것이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강화 또한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전자상거래를 선호하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공동의 발전을 위해 가야할 길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우선 과도한 출점이나 고가품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또 유통업계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공존공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 각 업체들이 부진한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내실경영을 강화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품경쟁이나 저가공세보다 쇼핑환경의 개선 등 수준 높은 고객서비스로 승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할 것이다.

김정((주)한화유통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