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 계열사들 "내코가 석자"…건설 지원 가능성 적어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33분


현대건설의 위기가 다른 현대 계열사의 자금줄까지 죄기 시작했다.

현대그룹 1, 2개 계열사는 최근 밤늦도록 자금을 막는 데 진땀을 빼고 있으며 우량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의 회사채 거래도 뚝 끊겼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의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불씨가 다른 계열사로까지 번져 자칫 위기의 도미노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현대를 한덩어리로 보고 있다. ‘현대’자만 붙으면 일단 해당 기업의 회사채 사기를 꺼려한다. 이미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를 마친 현대자동차와 우량기업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현대상선까지 ‘현대’라는 상호의 피해를 보는 현실이다.

신영증권 채권팀 관계자는 “10월 초순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 중공업 상선 등 우량기업의 회사채는 거래가 됐지만 현대건설 부도설이 돈 10월 중순 이후는 아예 사려는 세력이 자취를 감췄다”며 “채권딜러들도 거래대상 종목에서 아예 빼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상선 회사채 물량이 시장에 나왔지만 사려는 곳이 하나도 없자 물량을 다시 회수해 가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화증권 안동익과장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가 됐고 또 재무구조 등이 우량한 기업이라하더라도 현대건설이 삐끗할 경우 미칠 영향을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그룹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는 최근 일부 현대 계열사들이 밤 10∼11시가 되어야 자금 결제를 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된다. 그 빈도가 10월 중순 이후 더욱 잦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제자금이 오후 2시반 이전에 당좌계좌로 입금이 되어야 한다.

밤늦게 결제가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반증.

이처럼 현대 계열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형편이어서 이들이 현대건설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작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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