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최후통첩]벼랑끝 현대 살아남을까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37분


‘시장의 눈’이 온통 현대건설에 쏠려 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이 진성어음(물품대금)과 해외차입금을 스스로 막지 못하면 바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로 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던진 바 있다. 시장은 현대건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는 것.

현대는 이에 대해 “차입금 만기가 두 달 연장됐기 때문에 아직 초읽기에 몰리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2일 귀국 후 매일 본사에 나와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자구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 혼자서 막을 수 있나〓현대건설 부채는 약 5조4000억원. 이중 금융권부채가 3조5000억원으로 제1금융권이 2조4000억원이며 제2금융권이 1조원 가량. 그 외에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는 1조원이고 해외차입금과 기타 부채가 1조원 정도.

채권단이 차입금만기 연장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현대건설의 부담은 무겁다. 4일 해외에서 돌아오는 9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해결해야 하고 매달 2000억원에 달하는 진성어음(물품대금)을 막아야 한다. 영업이익이 8000억원에 이르지만 자금수급의 불일치(Mismatch)부분 2000억원도 현대로서는 감당하기에 버겁다. 서산농장을 정부가 제시한 가격인 2200억원에 판다 하더라도 이 돈이 들어오려면 1, 2개월이 지나야 하고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도 많지 않다. 정주영(鄭周永)전 현대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 2.7%도 절반이 담보로 잡혀 있다. 현대의 자금사정이 워낙 급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헐값에 내놔도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

결국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보유중인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당장 매각, 건설의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하지 않으면 한달 이상을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 희망인 혈족(血族)〓정부에서 수차 강조하고 있는 혈족들의 지원도 현재로서는 쉽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자금흐름이 가장 좋은 계열사를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 정몽구(鄭夢九)회장은 4일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예정된 출장이라고 하지만 몽구회장의 심중을 읽을 수 있는 행보. 몽구회장은 몽헌회장 집무실 한층 위에 있던 종로구 계동 사옥의 회장 집무실마저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사옥으로 옮겼다.

현대산업개발 금강그룹 등 몽헌회장의 삼촌들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3일 열릴 예정이었던 가족회의도 무산됐다. 정씨 일가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 마음대로 회사 돈을 쓸 수도 없을 뿐더러 지금 돈을 넣어서 회사가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아직 현대그룹 계열사에 속해있는 정몽준(鄭夢準)의원 계열의 현대중공업은 법적인 테두리 한도에서 현대건설을 도울 길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에 부채지급보증 1800여억원이 물려있는 중공업으로서는 현대건설의 위기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현대측은 “몽헌회장의 요청에 대해 정몽준의원은 물론 다른 친척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자구안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현대건설 차입금 현황
구분차입금(원)
제1금융권2조4000억
제2금융권1조
개인보유 회사채1조
해외차입금 및 기타1조
합계5조4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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