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기업퇴출 "일단 OK?" 증시 소폭 상승속 관망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4분


채권단이 부실기업을 확정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은 당분간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을 짓누른 부실기업들이 퇴출판정을 받았으나 즉각 각종 금융지표가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은 퇴출 발표일인 3일까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 부실기업 퇴출과 곧 실시되는 은행 구조조정을 크게 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보다는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을 마지노선으로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더 작용했다는 풀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98년 6월 부실기업 1차 퇴출 당시 발표일 이후 주가가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였다는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관련,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부실기업 퇴출은 단기성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중기적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와 채권단이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이 ‘바이 코리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적지 않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은 10월 30일 이후 4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 2300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시장과 괴리를 보이고 있는 지표금리의 움직임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량 회사채(AA―)와 비우량 회사채(BBB―) 금리간 양극화현상은 부실기업 퇴출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2일 현재 AA―는 8.58%, BBB―는 11.77%로 3.19%포인트나 벌어져있다.

증권업협회 이정수채권부장은 “우량 국공채에 집중돼 있는 매수세가 서서히 움직여줘야 금리 양극화현상이 풀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요 매수주체인 은행권이 회사채를 적극 매수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기업 퇴출의 직접적 당사자인 은행권은 이제부터 구조조정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규모에 따라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독자 생존이냐, 지주회사 편입이냐’의 판정을 받게 되는 것.

은행권은 또 퇴출기업에 대한 여신규모를 감안할 경우 추가로 쌓아야할 대손충당금 규모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권이 대손충당금 부담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충족에 급급해 중소기업 대출을 더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LG투자증권 이준재연구원은 “예상됐던 기업들이 상당수 퇴출돼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했느냐 여부가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