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現代, 제대로 된 自救案 내라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24분


현대건설은 70년대 건설수출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한 건설업체의 대명사이자 현대그룹의 간판기업이다. 고속도로를 닦고 다리를 건설하는 현장에서 이 나라 토목 건설공사의 주역이었던 거대기업은 그러나 오늘날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산의 몇백분의 1도 안되는 어음을 막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됐다.

현대건설의 이같은 운명은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전근대적 경영으로 일관하면서 시대변화의 흐름을 간과하거나 역행한데 따른 가장 나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을 뿐이다. 그러한 기업에 정부와 주거래은행이 시한부 최후통첩으로 자구안을 요구한 것은 경제전체에 미칠 악영향의 파장을 단절하자는 뜻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현대건설측은 지금까지 4차례의 위기때마다 자구안이란 것을 제출하고 성실한 수행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래서 위기는 반복되어 왔다. 지금 이 시점에 현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일은 제대로 된 ‘마지막 자구안’을 내놓는 일이다.

과거처럼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겉치레성이 아닌 진솔하고 실천가능한 내용이 들어 있는 자구안이어야 한다. 혹시라도 대북사업을 타협의 볼모로 삼으려는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시장을 자극하는 배신적 행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대건설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이 자구안에 담겨져 온 국민이 현대의 고육책에 심지어 동정할 정도가 되어야만 회사는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은행단이 현대의 자구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설혹 이번에 무난히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현대건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소떼몰고 북한가는 식의 전시성, 비경제적 쇼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그것이 양쪽 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현대가 얻은 것은 경영악화 이외에 무엇이 있는가.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조성 같은 일도 차제에 경제성을 철저히 따져보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거나 사업변경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증명된 무기력한 경영체제도 정비의 대상이다.

국민은 현대건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이번 기회에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측이 내놓는 자구안이 불성실할 경우 채권은행은 시장논리에 따라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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