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北-美관계와 한반도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9시 02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역사적인 평양방문으로 이제 북―미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던 현안들이 이번 올브라이트장관의 북한 방문으로 상당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전격적인 백화원영빈관 방문으로 시작된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장관과의 두 차례, 6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그같은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북한 방문 마지막날인 어제 저녁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심의 초점인 북한의 미사일문제에 대해 북한이 독자적인 미사일개발과 수출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이 위성발사계획을 지원하는 선에서 진전이 있었으며 앞으로 실무접촉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는 한 걸음 더 발전한 대표부 설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추측이 유력하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김위원장은 올브라이트장관으로부터 어떤 ‘대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올브라이트장관은 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위해서는 “많은 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미 국무부도 올브라이트장관의 방북결과에 대한 보고를 들은 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전에 양국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는 얘기지만 여전히 낙관적인 견해가 다수다.

물론 북―미관계의 이같은 ‘급류’는 미국내 사정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 클린턴 행정부의 파격적인 대북한 행보에 대해 미국내의 반발 기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선거라는 변수가 가로놓여 있어 북―미관계의 방향을 현단계에서 분명히 단언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나 미국 모두가 신뢰와 믿음을 쌓고 그것이 결국 서로의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는 데 확신을 갖는다면 양국관계 정상화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같은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한반도 정세에 틀림없이 순기능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만에 하나 북―미관계가 몰고 올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파장이다. 특히 평양당국은 북―미관계의 진전을 계기로 남북한 관계를 소홀히 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아서는 안된다. 미국 또한 항상 그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대해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어디까지나 남북한관계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북한과 미국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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