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제는 내쫓고 언제는 모셔오고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개혁조치는 순조롭게 진행될 때 상당한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반면, 미숙하게 추진됐을 경우에는 엄청난 혼란이 빚어진다. 그래서 개혁에는 과감성 못지 않게 현실적합성을 따져보는 주도면밀함이 요구된다. 특히 백년대계(百年大計)로 불리는 교육분야의 개혁은 어느 분야보다 치밀한 현실파악과 계획수립이 필요하다.

국민의 정부 들어 교육분야에도 여러 개혁조치들이 단행됐다. 교원정년 단축 조치는 그중 대표적인 것이다. 이 조치가 과연 기대만큼 성과를 거뒀을까. 최근 국정감사에 제출된 교육부 자료는 이 조치가 ‘실패한 정책’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교원정년 단축조치와 명퇴 파동으로 그만둔 교사가 초등학교의 경우 2만1700여명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33.6%에 해당하는 7319명이 다시 교단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 조치로 인해 교사 부족 사태가 초래됐고 교육당국이 궁여지책으로 퇴직교사들을 기간제(계약제)교사라는 형식으로 다시 불러들인 데서 나타난 결과다.

정년단축은 당시 교육계로서는 엄청난 ‘개혁’이었다. 정부는 이런 충격적인 조치를 시행하면서 교원 수급과 관련해 1,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개혁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이다.

당시 교육당국은 정년단축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을 ‘반개혁’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결국 학교를 떠난 교사나 남은 교사 모두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피해는 상당 부분 취학자녀를 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또다른 교육개혁 정책은 교원노조 합법화 조치다. 이에 따라 출범한 전교조는 현재 교육부와 극한 대립중이다. 전교조가 반발하는 것은 교육부가 7월 자신들과 체결한 단체협약 일부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교원노조법에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은 사(使)측에 해당되는 교육부가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상관이 없게 되어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는 비정상적인 법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개혁에서 정부의 근시안적 사고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정부가 과외를 없앤다며 대폭 ‘수술’을 가한 200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도 대혼란이 벌어질 거라며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원칙없는 무시험 전형에 따른 혼란은 벌써부터 일선 고교의 상장 남발과 성적 부풀리기로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지금부터라도 교육개혁을 재점검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