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적은 돈으로 나도 대형빌딩 주인이?"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8시 47분


부동산투자신탁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7월말 첫 선을 보인 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상품을 개발, 예약판매에 나서면서 한 두 시간 안에 매진되는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은 은행이 투자자들로부터 1인당 수백만∼수십억원의 돈을 모아 주로 아파트분양 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준 뒤 받는 이자의 일부를 나눠주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부동산신탁의 인기몰이는 꽁꽁 얼어붙어있는 부동산시장에서도 목돈을 굴릴 만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직은 은행들이 수억원대의 거액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상술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고 투자위험성도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내년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인 리츠제도(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주목해볼 만하다. 도입시기는 정부가 적극적인 부동산경기 살리기에 나선 만큼 내년 상반기중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크다.

리츠란 부동산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 보통 뮤추얼펀드가 주식이나 채권, 수익증권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면 정확하다. 즉, 많은 투자자들한테서 소액 자금을 모아 빌딩, 백화점, 호텔, 임대아파트 등을 건축 또는 매입한 뒤 팔거나 임대해서 생기는 수익중 일부를 배당금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이다.

리츠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지금은 수백억원이 넘는 대형빌딩에는 수익성이 높은 줄 알면서도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나 리츠를 통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부동산신탁의 경우 최소한 수백만원은 있어야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리츠에 투자한 돈은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는 유동성 또는 환금성이 보장돼 있다. 계약기간 동안 돈이 묶이게 되는 부동산투자신탁과 크게 다른 점이다. 물론 가입한 리츠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그 만큼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리츠는 부동산투자신탁이나 일반적인 부동산투자에 비해 안정적이다. 주식투자에 비유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부동산투자가 주식 직접투자라면 부동산투자신탁은 수익증권 매입을 통한 간접투자, 리츠는 뮤추얼펀드 매입을 통한 간접투자에 해당한다.

직접 부동산투자를 하면 거래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과 위험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부동산투자신탁은 아파트 분양, 오피스빌딩 건축 등 개발사업에 투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한다. 잘 되면 수익률이 높지만 위험 또한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리츠는 이미 완공된 부동산을 사들여 임대해 정기적으로 임대수익을 올리는 사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300개 이상의 리츠회사가 성업중인 미국의 경우 리츠가 주식과 쌍벽을 이루는 유망한 재테크수단이다. 리츠는 국채보다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지만 주식보다는 안정선호형의 투자상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국의 투자전문가들은 재테크 원칙으로 ‘3분의 1 원칙’을 권유한다. 즉, 여유자금을 △은행 예금 등 위험이 적고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 △주식이나 채권 등 다소 위험성이 있으나 기대수익도 높은 자산 △부동산 등에 각각 3분의 1씩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투자자들 입장에서 걸림돌이 부동산이었다. 여간 덩치 큰 목돈이 없다면, 그리고 때를 잘 타지 못한다면 여간해선 부동산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리츠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국내투자자들도 3분의 1 원칙을 살려 재테크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uneekim@just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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