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남북관계 일정' 지연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남북한간에 합의한 각종 협력사업과 협상일정들이 북한측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으로 진전을 거듭해 온 남북한관계에 어떤 차질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측은 18일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한 제2차 남북경협실무접촉을 하루 전인 17일 오후에야 연기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가 제의한 경의선 복원 군당국간 실무접촉, 북한의 경협시찰단 서울방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달 중 실시하기로 한 북한측의 한라산관광과 다음달 열기로 한 제2차 국방장관회담 역시 아직 일정 협의가 안된 상태다.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고 우려하는 것은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실시하기로 한 제2차 남북이산가족교환방문 문제다. 지난 1차 때의 과정을 보면 지금쯤 방문단의 최종명단이 거의 확정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북한측은 아직 방문후보자 명단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어 2차 상봉이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별도로 추진중인 이산가족 생사확인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00명 중 99명의 생사확인을 완료했는데 북한측으로부터는 전혀 소식이 없다.

상봉의 꿈을 안고 반세기를 살아온 이산가족들의 한과 그리움을 생각하면 북한측의 이 같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북한측도 본디 대남(對南)사업분야의 일손이 부족한데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 ‘미국손님’이 온다고 해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속도도 조절할 겸 ‘지연작전’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관계는 물리적으로 빨리 가느냐 늦게 가느냐 하는 ‘속도’ 문제보다 합의사항을 어떻게 착실히 실천에 옮기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이 합의한 절차와 단계는 서로 차질 없이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구나 북한측의 사정이 부득이하다면 미리 미리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체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만나기 하루 전날 만날 수 없다는 통보를 하거나 상대의 제안에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면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미관계가 급진전됨에 따라 평양당국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측은 그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도 남북한간의 합의사항을 실천하는 데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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