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예보공사의 직무유기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29분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금융기관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남의 부실을 관리하려면 스스로는 건전해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자. 직원들의 직무유기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우선 직무유기 부분.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에 대한 예금보험공사의 추적은 차라리 ‘종이호랑이’에 가깝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부실경영자에 대한 재산 조사조차 하지 않아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끝까지 쫓아가 국민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도 시원찮을 예금보험공사는 재산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확인했을 뿐 가압류 조치를 하거나 재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걸 게을리했다.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또 “98년 5개 인수은행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원래대로 유지해주기 위해 출자하면서 후순위채무액을 보완자본으로 계산하지 않아 6721억원을 잘못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변동금리부 조건으로 발행하면서 금리하한선 조건을 내걸어 실세금리와 차액인 1조1636억원을 더 부담한 것으로 감사원 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정작 해야 할 업무는 내팽개친 예금보험공사는 임직원에겐 퇴직금을 근무기한보다 더 많이 주는 규정을 두는 이상한 실수(?)를 연속 저질렀다.

97년 퇴직금 산정 땐 근속기간을 6개월 이상은 1년, 6개월 미만은 6개월로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편법을 썼다. 일반기업체에서 일할 월할로 꼼꼼히 따져 계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98년에도 감사원은 똑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예금보험공사는 96년 직원공채 때 경력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원을 3명 채용해 직원채용 과정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감사원 지적 사항이 재경부 기자실에 알려지자 서둘러 해명자료를 돌렸다. 감사원 지적 사항은 과거 일로 이미 시정됐다는 게 골자였다. 이런 자료 하나로 국민의 공분을 잠재울 수 있을까.

<최영해 경제부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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