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박승관/소수집단 의견 더 담아야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0시 03분


언론(言論)의 기본 역할은, 곧 사회 내에 말(言)과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근대 언론은 사회의 여러 쟁점들을 발굴해 이에 관한 다양한 의견의 형성을 촉진하고, 또한 그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 교환될 수 있는 입 과 귀 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 시대를 개막시켰다. 따라서 민주사회는 곧 말이 열린 사회이며, 바른 언론은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을 촉진하는 언론이다. 민족의 표현기관 임을 자임한 동아일보의 창간정신도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원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중추 언론기관으로서 동아일보가 우리 사회의 말과 의견을 소통시키는 방식은 아직도 여전히 폐쇄적이다. 동아일보의 이러한 막힌 의견소통 방식은 역설적으로 사회의 말과 의견을 담아내는 오피니언면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령, 독자의 편지 와 동아일보를 읽고 를 제외하면, 오피니언 면에 의견을 발표하는 기고자의 대부분이 대학교수, 최고경영인 등 명사(名士)들과 사내 필자들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그것도 대부분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남성들이다. 다시 말하면 동아일보가 반영하는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은 극소수의 엘리트 지배층과 동아일보 자체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피니언면에서 논의되는 주제들도 정치문제, 국가정책문제, 남북관계문제, 국제문제 등 고전적이고 거시적인 쟁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동아희평 등 시사만화와 기자의 눈 까지도 이런 주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이번 주의 경우 다이어트 문제를 다룬 아침을 열며 (9일자), 한국해비타트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다룬 일하며 생각하며 (12일자), 동성애 문제를 다룬 이인식의 과학생각 (12일자), 전주소리축제에 관한 내고장에는 (13일자)과 중고생 두발자율화 문제에 관한 네티즌의 생각 (13일자) 등은 그나마 쟁점의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오피니언면의 쟁점과 필자의 편향성은 다른 중앙 일간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인 사실은 의견 소통을 다루는 오피니언면이 동아일보의 다른 면들에 비해서 필진과 토픽의 폐쇄성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오피니언면은 이런 막힘과 편향을 벗어나 우리 사회의 의견 소통의 장을 주도적으로 열어나가기를 바란다. 필진도 서울의 명사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 청소년, 지방, 그리고 무엇보다 소수집단에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더 줘야 한다.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표준화된 고전적 이슈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삶의 현실을 보다 많이 반영하는 미시적이고 국소적인 이슈들을 보강했으면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피니언면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과 집단의 보다 넓은 참여를 유도하고 토론의 지평과 이슈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다원적 민주사회를 건설하는데 더욱 공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승관(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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