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출브로커 뜬다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9시 06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역 앞 A상가 2층.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출 브로커 제도’라는 이색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름하여 하나은행의 ‘별동대 조직’.

50여명의 대출브로커를 거느리고 있는 전장배(全將培)팀장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씨티은행에 입사(94년)한 전팀장에게 대출 브로커일이 맡겨진 것은 99년. 업무는 아주 단순했다. 무조건 대출을 따오는 것이었다. 만만해 보이던 것이 막상 시작하고 나니 쉽지만은 않았다. 대출이라는 일이 은행 창구에 앉아 찾아오는 고객을 맞이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이 필요했던 것.

“그동안의 사귀어둔 지인들의 도움으로 심각한 어려움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실적이 쌓일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는 노하우에 스스로 놀라곤 했습니다.”

같은 해 9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하나은행으로 옮길 때 씨티은행측에서 말린 것은 당연했다. 그는 지금은 대출 브로커들을 관리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출근과 함께 관할 지역의 부동산업소를 하나씩 방문한다. 웬만한 곳은 이미 다른 은행들에서 다 훑고 지나갔지만 그래도 틈새는 있기 마련.

“직접 찾아가서 대출업무를 해주니 고객들은 무척 편하죠. 부동산업소도 마찬가지입니다.다른 은행과 거래중이라해도 제가 찾아가서 해당 부동산업소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해주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외국 보험사는 대출을 해 줄수가 없기 때문에 외국 보험사 모집인들을 미리 사귀어두고 고객의 대출 수요가 있을 때 연결시켜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법무사 등도 이들의 주요 타겟. 1년반 경력으로 터득한 ‘길목 전략’은 대출이 생길 만한 곳은 미리 지키는 것.

전팀장이 강조하는 대출브로커들의 불문율은 세가지. 첫째, 절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의 대출을 유치하지 않는다. 철저히 가계대출만을 맡는다. 둘째, 대출을 유치하지 못하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성과급 제도에 대한 100% 수용이다. 성과급은 1억원을 유치하면 40만원(대출금액의 0.4%)을 받는다. 셋째, 맡은 관할 지역은 이잡듯이 뒤지고 다녀 맡은 지역의 네트워크를 완벽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

국내 은행에서는 하나은행이 처음이지만 이미 씨티 HSBC 등 외국은행은 물론 미국 등에서는 모기지 브로커란 이름으로 일반화돼 있다. 가계금융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시중 은행도 조만간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팀장은 “대출서류를 대출 브로커들이 직접 받으러 가는 등 대출고객 입장에서는 갈수록 대출을 받기가 간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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