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이젠 SW활용이 미래 가른다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10분


경제학자들에게 있어서 1995년 말에 마술처럼 갑자기 시작된 미국의 경제번영을 설명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다. 적당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신경제’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 말은 온갖 종류의 낙관주의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신경제의 현실적인 정의가 중심을 잡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컴퓨터는 신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경제적 도약과 비견될 만한 황금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기적의 기계라서가 아니다. 오늘날 기업계, 정치계, 언론계에서는 컴퓨터와 그 생산물들이 미국에 과거와 같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열광적으로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실이 아니다. 가장 최근의 데이터와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컴퓨터가 경제를 부흥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주로 컴퓨터 자체의 제조와 반도체,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등 여러 가지 컴퓨터 관련 장비의 생산을 통해서였다.

경제전반에 컴퓨터가 미치고 있는 파급효과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이 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다. 컴퓨터에 의해 연구가 더 쉬워진 생명공학의 경우가 이 파급효과의 한 예이다. 생명공학은 앞으로 의학 분야에서 커다란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경제는 어쩌면 훨씬 더 단순한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가 옛날부터 하고 있던 일들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컴퓨터는 쇼핑, 티켓 구입, 호텔예약, 정보수집, 은행 관련 사무, 데이터 처리, 무역, 제조업 등을 더 쉽게 해주거나 자동화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옛날에도 존재했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열거함으로써 현재 사람들이 품고 있는 지나친 낙관주의에 약간의 회의주의를 불어넣는 것뿐이다. 이를 위한 가장 최근의 자료는 노동통계국에서 얻을 수 있다. 노동통계국은 지난달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년이 넘도록 한 번도 1.6% 이상 상승한 적이 없었던 생산성이 95년 말에 갑자기 연평균 2.5% 내외로 훌쩍 뛰어오른 이유들을 열거했다.

생산성은 경제를 부흥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파급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노동통계국의 보고서는 95년의 생산성 증가가 넓은 범위의 파급효과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좁은 의미에서 컴퓨터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이용보다는 더 빠르고 강력한 컴퓨터와 반도체의 제조가 생산성 향상에 더 많이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노스웨스턴대의 경제사 교수인 조엘 모커씨는 컴퓨터 가격의 인하 추세가 멈추고 컴퓨터 파워가 정점에 도달해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장비들을 더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생산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08/technology/08VIEW.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