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머리모양' 자율과 책임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교육계 안팎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중고교생 두발 자율화 문제가 결국 학생들의 뜻을 수용해 자율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최근 교육부의 두발 문제 대책회의에서 ‘학생을 포함한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은 두발 제한 조치를 ‘기본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고 인터넷과 PC통신 등에는 자율화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의견과 당국에 대한 성토가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진 이상 지금처럼 획일적인 머리모양을 강요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그 의미와 실효성도 상실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다. 두발 자율화 논쟁이 시작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고 여론 역시 ‘자율화해야 한다’는 쪽이었는데 교육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다 며칠 전 두발 자율화를 요구하는 중고교생들의 시위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자 서둘러 결정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둘러싼 전후 상황은 교육당국이 마치 시위 때문에 마지못해 학생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비쳐진다. 만약 당국이 전부터 자율화 생각이 있었다면 보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이런 모양새는 교육부의 ‘무소신’을 보여주는 실례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두발 제한이 100% 자유화되지는 않을 듯하다. 학생 학교 학부모 3자가 상의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두발 자율화가 아무리 개성과 자기표현이 존중되는 시대흐름에 맞는다고 해도 도가 지나칠 때는 문제가 된다. 머리모양은 가장 민감한 유행이라는 점에서 혼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들은 엄연히 학생 신분이다.

때문에 새로 정해지는 두발 기준은 최소한 상식적인 선이 지켜져야 한다. 문제는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다. 학교측은 두발 기준을 정할 때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학생들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는 의미가 큰 만큼 학생들이 먼저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학생들이 마련한 기준을 놓고 학교구성원이 함께 논의해 최종 결정을 내리자는 것이다.

자율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학생들도 부여된 권한을 소중하게 행사하는, 자기 통제의 훈련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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