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 대기업 퇴출땐 악성채권 '우수수…'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39분


금융당국이 부실대기업 퇴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로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2차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간접투자상품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위험(리스크)이 커지게 된 것.

▽수익률 저하 우려〓부실대기업이 퇴출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후순위채의 원리금 상환이 벽에 부닥치게 돼 부실채권이 된 부분을 털어내야(상각)한다. 부실기업으로 꼽히던 기업의 채권이나 후순위채를 편입해 놓은 고위험 간접투자상품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특히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발행된 무보증채권을 펀드에 많이 편입시킨 투신운용사는 수익률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500∼600개 기업중 10%정도가 실제로 선정돼도 간접투자상품에는 큰 충격이 되는 것.

실제로 새한미디어와 우방 등이 부도를 맞은 뒤 일부 펀드들의 수익률이 1∼2%정도 떨어졌다. 최근 하이일드펀드 평균수익률(연환산)이 8%대인 상황에서 1∼2% 이상의 하락은 상당한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또 하이일드펀드보다는 후순위채펀드가 위험이 높은 채권을 더 많이 안고 있어 부실기업 퇴출 결과에 더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순위채펀드의 평균수익률(연환산)은 현재 10%대를 웃돌고 있다.

▽투자자들 대처방법〓고위험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일단 펀드내역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퇴출대상으로 꼽히지 않을 기업의 채권이나 설사 퇴출당할 기업의 것이라도 보증이 된 채권이 들어있다면 걱정할 일은 없다.

만약 퇴출당하는 기업의 채권이 펀드에 들어있더라도 부실채권의 규모나 상각률에 따라 손실정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 감소분을 미리 점치기는 아주 어렵다. 어쨌든 고위험 고수익 펀드를 선택한 결과는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

다만 펀드내역을 검토한 결과 투신운용사가 약관에 정한 각 자산의 편입비율을 어기는 등의 약속위반을 저질렀다면 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대형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에 투기등급 채권을 편입하더라도 우량한 것만 골라 넣도록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부실기업 퇴출에 따른 악영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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