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빛과 그늘]'악마의 시'작가 살만 루시디

  • 입력 2000년 10월 1일 19시 24분


오랜 은둔생활을 마감하고 애인과 모습을 드러낸 살만 루시디
오랜 은둔생활을 마감하고 애인과 모습을 드러낸 살만 루시디
살만 루시디는 뉴욕에서 마침내 고향처럼 마음에 드는 도시를 발견한 것 같다. 그는 “뉴욕은 뭄바이의 서구판”이라면서 “북적거리는 모습과 소음이 뭄바이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뉴욕으로 이사한 53세의 이 소설가가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맨해튼의 특징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마치 즐거움에 들뜬 관광객 같았다. 그는 센트럴 파크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며 집 근처 빵집에서 살 수 있는 신선한 빵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시디가 지금과 같은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89년에 아야툴라 호메이니가 루시디의 작품 ‘악마의 시’는 신성모독이라며 이슬람교 신자들에게 루시디를 추적해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루시디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도피생활을 시작했으며 그 동안 그의 책을 번역한 일본인 번역가가 살해당하고, 이탈리아인 번역가와 노르웨이의 출판사 사장이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루시디는 살아남았다. 1998년 이란 정부는 영국 정부의 압력을 받아 루시디에 대한 살해명령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시디가 다시 자유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하지만 그에게 과연 어떤 종류의 삶이 남아있을까? 영국인들은 정부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출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또한 영국 언론은 그를 귀찮게 따라다니며 루시디가 문제를 자초했다는 독자들의 생각을 부추겼다.

그래서 그는 맨해튼으로 왔다. 그는 “내가 항상 뉴욕에 끌렸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와는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는 곳에 함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뉴욕사람들은 모두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삶이 시작된 곳에서 살지 않는다는 경험은 굉장한 것이다. 그런 경험은 사람을 모든 면에서 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런던이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욕은 다르다. 그는 “이곳에는 내게 자신을 글의 소재로 삼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뉴욕에 온 후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기혼자의 몸으로 올해 29세의 모델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으며, 그녀와 함께 나이트클럽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그의 작품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음을 지적하며 질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언론이 자신에 대한 오해를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작가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는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더 많은 장소에 자신을 가져다놓을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917mag―ma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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