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명록차수 미국 가는 속뜻?

동아일보 입력 2000-10-01 19:02수정 2009-09-2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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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 차수로 북한 권력서열 3위인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이 9일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북―미(北―美)관계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북―미관계나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자기 다음의 군부 실력자를 특사로 워싱턴에 파견하겠다는 속뜻이 주목된다.

우선 우리는 조차수의 방미(訪美)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북―미관계는 그동안 남북한관계가 급진전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조차수는 누구보다도 김위원장의 속뜻을 잘 알고 있는 군부의 핵심인물이다. 그의 이번 방미로 핵이나 미사일문제, 테러지정국 해제 여부 등 양국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현안들에 돌파구가 열리길 바란다.

북―미관계의 그같은 진전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도움을 주고 남북한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미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우리의 선의(善意)와는 달리, 북측이 다른 속셈을 갖고 있다면 곤란하다. 북한은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협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금도 그런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조짐은 없는 게 사실이다.

북측은 지난 제1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도 군사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우리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래서 조차수가 미국을 방문한다고 하자 북한이 통남통미(通南通美)가 아니라 봉남통미(封南通美)정책을 구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문제 등 근본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미국만 상대하려 하고 남한과는 경제협력과 식량지원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만 협의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6·15남북공동선언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6·15선언은 어디까지나 한반도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남북한임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조차수가 전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지금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클린턴 행정부와 가장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북한이 명심해야 할 일은 이번 조차수의 방미가 남북한관계를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북―미관계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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