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김응룡감독 "어~또 질수야 있나요"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47분


지난 20일 예선경기에서 김응룡감독과 라소다 감독이 정겹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일 예선경기에서 김응룡감독과 라소다 감독이 정겹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한국의 김응룡감독(59)과 칠순을 이미 넘긴 미국의 토미 라소다감독(72).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시드니 올림픽파크구장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미국의 야구 준결승전은 이들 백전노장의 ‘머리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김감독은 83년 프로 데뷔 이후 18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소속팀 해태에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위업을 안긴 단기전의 귀재. 국가대표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했던 한일은행 시절부터 큰 승부에선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는 강심장의 소유자다.

이에 맞서는 라소다감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장. 선수로선 무명이었지만 96년 갑작스런 심장 약화로 다저스 사령탑에서 물러나기까지 20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며 월드시리즈 2회 제패의 영광을 안았다. 이곳 시드니에서도 미국 대표팀의 최고 유명인사다.

김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끄는 ‘맹장’이라면 라소다감독은 인화와 화합을 중시하는 ‘덕장’ 스타일이다.

선수 구성에선 한국이 프로 최고의 톱스타를 모두 데려온 반면 미국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와 더블A의 유망주를 참가시켰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예선 초반 ‘카지노 도박파문’을 일으키며 3연패에 수렁에 빠져 김감독의 권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미국은 초반 5연승을 달리며 백발이 성성한 라소다감독의 잔주름을 활짝 펴지게 했다.

하지만 승패는 ‘병가지상사’. 특히 토너먼트의 한판 승부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런 점에서 한국야구의 미래는 21세 청년 김수경의 어깨에 달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감독은 선발투수에 대해선 함구령을 내리고 있지만 현재 11명의 투수중 최상의 컨디션인 그에게 대임을 맡길 공산이 크다.

김수경은 19일 쿠바전에서 선발로 등판, 6회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로 교체되긴 했지만 바깥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과감히 몸쪽을 찌르는 직구로 5회까지 세계 최강 쿠바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6일을 쉬고 7일째 등판이라 힘이 넘쳐난다.

예선 7경기 팀 평균자책이 1.54로 1위인 미국은 18일 한국전에서 7이닝 동안 7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로이 오스왈트가 선발로 유력하나 에이스 벤 쉬츠를 조기 등판시킬 가능성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둘 다 오른손 투수란 점. 송지만 박경완 박재홍의 잇따른 부상으로 왼손투수에 대비한 오른손 타자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김응룡감독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드니〓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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