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자동차 타이어 리콜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 굿이어는 반도체 칩이 내장된 ‘인텔리전트 타이어’를 개발 중이다. 타이어에 내장된 동전 크기 만한 센서가 타이어의 압력 온도 상태 등을 측정해 계기판으로 보내게 된다. 운전자는 계기판을 읽고 타이어압(壓)을 적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연료 과다 소모를 막고 자칫 펑크로 이어지는 편(偏)마모를 예방할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리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차량이 뒤집히거나 핸들조종 불능이 돼 탑승자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포드자동차의 레저용 차랑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파이어스톤사 타이어가 운행중 펑크가 나는 교통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보험회사와 사상자 가족들의 이의 제기를 받은 포드자동차는 파이어스톤 타이어에서 과속할 때 금이 가는 결함을 발견하고 무상 교환에 나섰다.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더 많이 굴러다니는 미국에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한 자동차 공장 직원으로부터 E메일 제보를 받은 미국 안전 전문가가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같은 유형의 사고를 확인하고 고속도로안전국에 통보했다.

▷이렇게 시작된 650만개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리콜 비용은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리콜 대상에 들지 않은 140만개의 타이어에도 이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청문회도 열릴 예정이다. 변호사들은 포드사와 파이어스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 위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결함을 알고서도 공개 리콜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포드사와 파이어스톤사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일로 포드사는 물론 파이어스톤사와 이 회사의 일본 모기업인 브리지스톤사까지 흔들거리게 됐다. 한국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리콜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쉬쉬하며 무상수리 또는 무상교환 방식으로 넘어가려고 든다. 이번 리콜은 한국 자동차 회사 등 제조업체들에 타산지석이 될 것 같다. 자가운전자들은 인텔리전트 타이어가 생산될 때까지는 타이어를 잘 살피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이다.

<황호택 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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