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트래블]거리의 여인, 은밀한 제안 할땐?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53분


미국 서부관문 중 하나인 포틀랜드(Portland)국제공항(오리건주)으로 입국, 북쪽 워싱턴주의 항구도시인 시애틀(Seattle)에 도착했다. 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하우스가 있던 곳이 바로 여기. 호텔 방에 누워있자니 싱숭생숭 잠이 안 온다. 그래, 밤거리 구경이나 나가자.

걷다 보니 풍경이 심상찮은 동네에 이르렀다. “Curiosity kills a cat(호기심이 신세 망친다)”이라는데. 그래도 사나이가 두려울 게 무엇이냐. 어차피 ‘인생은 모험’(Life is adventure)아닌가.“Wow, terrific!(우와, 죽인다)”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늘씬한 여자가 많이 눈에 띈다.

이리저리로 시선을 옮기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Going my way, honey?” 또다른 금발(blo―nde)미녀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Looking for a date, dear?” 도데체 아는 말이라고는 허니 데이트 뿐인데…. 못 들은 척하고 그냥 통과하니 이번에는 미니스커트에 부츠차림의 흑인 여성이 한마디 한다. 허스키한 음성으로 “Want some fun, cookie?” 이번에도 ‘쿠키’밖에 못 알아들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삼세번이라 했던가,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했다.

이런 표현은 거리의 여인이 유혹 (seduction)할 때 쓰는 상투적인 것들. 낯 간지러운 ‘honey’ ‘dear’‘cookie’ 등은 다정한 사이의 호칭으로 ‘자기’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자, 은근한 눈빛과 함께 낯모르는 여성이 이런 말을 건넨다면? 줄행랑이 상책이다. 국제화 시대라며 대화를 통해 영어 실력 좀 늘리겠다고 “오케이. 섬펀(some fun)” 어쩌구 했다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자고로 남자는 객지에서 몸조심 할 일이다. 그러니 ‘indecent proposal (은밀한 제안)’에는 양손 흔들며, “No, thank you (아니, 됐어요)”가 정답이다.

연호택(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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