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자장관의 도덕성 시비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58분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 시절 이 회사 실권주를 매입한 후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과 관련, 여론의 비판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송장관과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대로 그가 실권주를 인수한 것은 이사회의결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법적으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주식의 미래가치는 정확히 예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로서는 시세차익이 실현된 결과만 놓고 비난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송장관이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시빗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당시 이 회사 임직원 모두가 공동으로 취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사외이사의 역할을 고려할 때 실권주를 배정 받은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실권주가 그렇게 처리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지만 기업의 경영을 감독하고 감시해야 할 입장의 사외이사가 그 같은 혜택을 받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 나아가 송장관은 누구보다 사외이사의 책무를 잘 알만큼 이 분야에 특별히 학식 있는 사람이 아닌가.

특히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주식매입자금이 기업의 가지급금이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에서 이자를 전혀 부담하지 않은 채 주식매입자금을 빌린 것은 아무리 관행이었다 해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가지급금을 받을 당시는 시중금리가 요즘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절임을 감안할 때 무이자로 돈을 빌린 사실 자체가 큰 혜택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나마 매매차익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송장관의 약속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일반적인 얘기지만 사외이사가 기업으로부터 그런 식의 혜택을 받고 그래서 해당기업의 우호세력 노릇이나 한다면 이 제도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타 기업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내부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유사한 밀착관계가 시정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차제에 기업과 사외이사 간의 관계를 엄격하게 설정하는 제도적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 문제를 ‘장관 되기 전의 일’이라고 가볍게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장관으로 임명되기 이전의 모든 사안들이 그런 식으로 양해될 수 있는 것이라면 개각전의 엄격한 검증과정은 전혀 필요 없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특히 상대적으로 더욱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교육 책임자에게 해당된 사안이란 점을 정부 여당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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