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금융범죄 신종수법 기승… 검사들 '진땀'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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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검사는 요즘 자정을 넘겨 귀가하는 일이 잦다. 낮에는 경제사범들과, 밤에는 증권거래법과 실물 경제 관련 책자와 씨름하느라 늦여름 더위도 모르고 지냈다.

그가 경제사건을 전담해 수사하게 된 것은 한달여 전. 첫 사건으로 모 벤처기업 주가조작 사건을 맡은 뒤 한계를 절감했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정하며 쏟아놓는 경제용어와 주식시장에 대한 설명 중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신문 경제면을 무리없이 읽는 정도로는 안되겠더라구요. 말을 제대로 못알아 들으니 피의자들의 주장에 끌려다니게 되고….”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지검 특수1부 평검사 6명은 A검사와 유사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신종 금융범죄에 발맞춰 따라가려면 이 부서에서만 6개월 이상 근무한 검사들도 관련 책자를 탐독하거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사건량도 신종 범죄에 대한 부담 만큼이나 이들을 옥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서울지검에 고발 또는 통보하거나 수사의뢰한 사건은 총 108건. 올해는 1월부터 7월말까지 금융감독원을 통해 넘어온 사건수가 이미 이 수치를 넘어섰다.

이처럼 사건이 폭주하다보니 특수1부 뿐 아니라 다른 특수부와 조사부 등에도 굵직한 금융범죄 사건들이 수시로 배당된다.

이로 인해 졸지에 ‘경제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매진(邁進)하느라 본 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검사도 많다.

특수부의 한 검사는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사건들에 일일이 신경쓰다 보면 특수부 본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큰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경제 전담부서의 신설. 경제에 밝은 인원을 충원해 장기간 노하우를 쌓게 하고 잦은 인사이동에서도 배제해 전문 수사인력을 키우자는 것.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법무부에 경제부 신설을 건의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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