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과 박상희씨 도덕성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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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비친 현역 여당(민주당)의원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의 모습은 우리를 당혹케 한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미주그룹이 국민의 세금으로 회생 작업중인 부도 위기의 부실기업인데도 박회장은 경제5단체장의 일원으로 당당히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 진념재정경제부장관 옆에 앉아 정책 건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그는 본인 소유 토지를 워크아웃중인 미주실업에 고가로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국세청에 세무 조사 의뢰된 타락한 기업주로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본인은 워크아웃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가 보여줬던 저간의 행동을 고려할 때 얼마나 신뢰성 있는 주장인지는 의문이다. 금감위가 그 정도도 확인하지 않고 발표할 만큼 허술한 기관이라면 그건 정부의 권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는 이 사건을 어느 한 개인의 도덕적 해이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 그가 소속되어 있는 민주당, 더 구체적으로는 그를 전국구 의원으로 공천한 여권 수뇌부가 도덕적 해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회장은 총선 직전 그가 회장으로 있는 중기협 산하 단체장 300여명을 이끌고 민주당에 합류한 공으로 전국구 의원직을 받았다. 그 때 여론이 민주당과 박회장의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나서자 그는 “조만간 회장직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약속해 놓고 국회의원이 된 후 오늘날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 더욱 실망한 것은 그를 정무위원회에 배정했다는 점이다. 정무위는 금감위를 감독하고 감사하는 상임위원회이며 금감위는 바로 박회장 소유의 미주그룹 등 워크아웃기업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민주당이 모르고 그랬다면 무능의 소치이며 알면서도 그를 배정했다면 그것은 이 정당의 도덕성과 개혁 의지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이번 조사 과정에서 금감위 관계자들은 박회장측에서 가한 다각적 압력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금감위가 언론 발표 때 미주그룹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출입기자들과 충돌을 빚은 것도 과연 현역 국회의원인 박회장의 존재와 무관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진정 정권 후반기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면 미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엄격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또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키겠다면 당장 그가 중기협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상임위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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