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이 약한 한국에서 정부와 재계의 간담회는 정부가 재계를 압박하는 무거운 분위기가 많았다. 재계인사들은 ‘기업 개혁’을 촉구하는 대통령이나 재정경제부 장관 등의 ‘말씀’을 숨죽여 들어야 했다. ‘지시와 복종’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업인들은 자주 볼멘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점에서 21일 ‘진념(陳稔) 경제팀’과 경제 5단체장과의 첫 오찬회동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장관 등은 불필요한 갈등을 빚었던 양측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각중(金珏中)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재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점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가 서로를 인정하면서 협력과 건전한 긴장관계 병행이라는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노력해야 할 일도 많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려는 성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재계도 정부의 태도에 볼멘 표정을 짓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일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기업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계속된다면 ‘정부의 간섭’은 정당성을 갖게 된다. 대표적 부실기업주중 한명인 박상희(朴相熙)미주그룹회장이 여당의원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라는 입장에서 정부측을 ‘훈계’하는 것을 보고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부못지 않게 기업들도 권리를 주장할 때는 먼저 자신들의 책임부터 생각해야 한다.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