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경비행기 즐기는 신일호씨 가족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7분


“날아라 저 멀리….”

동네 꼬마들이 높이가 1.5m쯤 되는 언덕 위에서 우산을 펴들고 ‘신나게’ 뛰어내린다.아름하여 ‘낙하산 놀이’. 어린시절 이 ‘낙하산 놀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팔꿈치와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지만 하늘을 날아본다는 생각에 한 없이 즐거웠다.

신일호씨(37)도 그들 중 하나.

경북 의성에서 보낸 개구장이 시절.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하산행렬에 매료돼 수없이 높은 바위에서 우산을 들고 뛰어내려 무릎팍에 ‘빨간약’을 수 없이 발랐다.

그러나 지금은 800m고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출발,하늘을 날아도 그 흔한 구급약이 필요없다.

그가 어릴 적부터 생각해온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때는 월급장이 시절이던 1989년.

몇 달간 신나게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날다 지리산에서 착지하다 그만 오른손을 접질렸다.

평소 소심한 그는 이일로 패러글라이딩을 그만뒀다. 물론 월급장이라는 ‘금전적 문제’도 작용했다.

그러다 92년 친구 아내의 친구를 소개받아 결혼한 그는 창업 후 사업이 잘되면서 또 ‘하늘사랑의 병’에 걸렸다. 신씨는 82년 고교를 졸업하고 의류업 계통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90년 일명 ‘메시’라고 불리는 망사 원단공장을 차려 짭짤한 수입을 올린 것. 남들이 다 어렵다는 국제통화기금(IMF)위기때도 수출 위주의 ‘탁월한’ 사업 방향선택으로 오히려 목돈도 챙겼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집착하면 사고가 생기는 법. 신씨는 92년 발목인대가 늘어나 한달간 깁스를 하는 부상을 당했다.아내가 위험한 짓을 그만두라고 이혼도 불사하겠다며 막았다. 결국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했다.

그리고 6년후. 조심스럽게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아내에게 꺼낸 신씨는 아예 아내를 데리고 활공장을 다시 찾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매일 하늘을 나는 남편을 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던 아내 김송연씨(35)도 마음이 달라졌다.

그래서 아내 김씨가 시도한 것이 초경량비행기.99년 가을 처음으로 초경량 비행기를 타본 김씨는 왜 활공장에 가지않냐고 남편에게 성화일정도가 됐다.

신씨는 이제 혜진(8)과 혜윤(6) 두딸에게도 ‘전수’시키고 있다.“여자아이라 그런지 한번 같이 하늘을 날려고 해도 무서워해요,하지만 무슨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애들한테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보여줄겁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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