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현대 유동성 부족 대책 주목

  • 입력 2000년 7월 29일 15시 46분


이번주 증시는 '블랙 먼데이'로 시작해 '검은 금요일'로 끝난 암울한 한 주 였다.

지난 24일 45포인트가 떨어진 데 이어 28일에는 35포인트가 급락하는 등 5일동안 종합주가지수가 90.41포인트나 하락했다.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보면 10일중 이틀만 빼고 하락세가 지속돼 153포인트나 빠졌다.

지수 급락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 반도체 논쟁이 불거지면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주를 집중 매도한 점과 현대의 신뢰도 추락이다. 급락을 멈추고 반등할수 있느냐 여부도 두가지 악재가 어떤 식으로 해소되느냐에 달려있다.

◆현대 사태= 현대건설의 자금난에서 다시 촉발된 현대 문제는 채권은행들이 연말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현대 계열사간 분쟁으로 비화되면서 혼돈 속에 빠졌다. 현대건설의 신규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 은행들이 거부하면서 당장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넘어가겠지만 현대 그룹의 대외 신뢰도가 '투기등급' 수준으로 추락해 가시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가 내분을 중지하고 얼마나 설득력 있는 자구조치를 내놓느냐가 다음주 증시의 안정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산 매각이나 외자 유치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은 현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며 "정씨 일가의 경영 퇴진등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결단이 나와야 시장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현대중공업등 일부 계열사들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현대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자동차 그룹과 중공업 그룹이 실질적인 지급 보증등의 관계에서 분리될 경우 재무구조가 튼튼함에도 계열사를 지원하느라 부실을 떠안은 계열사는 차별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 동향=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미국 증시의 반도체지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등 미국 반도체 종목의 주가 추이에 따라 살지,팔지를 기계적으로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도체 경기를 낙관하고 주가 상승기때 상승폭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적어 양사의 내용은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막상 투자여력이 없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 이에따라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멈추기 전에는 삼성전자의 하락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10일새 10여만원(-26%)이나 하락하는등 단기에 너무 급락해 가격 측면에서 반등 시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증권 박재훈 애널리스트는 "28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68만주나 내다 판 것은 거의 투매 수준이나 최근 삼성전자를 파는 세력은 대부분 이익 실현 차원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주가가 떨어지는 이 종목을 사는 외국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견실한 펀더멘탈에도 불구하고 단기에 너무 급락했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 악재 요인이 호전되지 않는 한 지수의 하락세를 막을 모멘텀이 희박해 보이는 가운데 유일한 재료는 가격 메리트이다.

동양증권 박재훈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의 20일 이동평균선과 현재 지수와의 차이를 나타내는 이격도가 86인데 이는 금융시장의 붕괴를 전제로 했을 때나 나올수 있는 수준"이라며 "주가지수가 과매도 영역에 접어든 만큼 반등 시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증권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초에 추가하락이 있더라도 655∼668포인트 수준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등을 주도할 종목군은 삼성전자등 블루칩과 은행·증권등 금융주. 두가지 악재 요인에서 어느정도 해소 기미가 보이면 이들 종목군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최근 대형주들이 주춤하고 있는 틈새를 이용해 형성된 개별 종목들의 약진은 오래가기 힘들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핵심 대형주들이 힘을 잃고 약세장이 지속되면 개별종목들에 대한 매수 여력도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개별 종목 투자는 철저히 기업 실적에 바탕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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