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대인/이산가족 인권문제도 함께 다루자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41분


나치 정권에 의해 박해받던 유대인들은 생존을 위해 국외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그들을 다이애스퍼러(Diaspora)라고 부른다. 나치 정권이 무너진 뒤에는 다시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데올로기적 냉전이 시작돼 흩어졌던 가족들을 찾는 일이 다시 어려워졌다. 정치적 이유로 가족과의 상봉을 이루지 못하던 다이애스퍼러들, 그들의 아픔은 인권문제로 세상사람들에게 다가왔다.

20세기 한반도에도 이산의 아픈 역사가 시작됐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 수많은 동포들이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또 그 후에는 이념 갈등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이 골육상잔의 전쟁으로 1000만명의 동포가 이산가족으로 남아야 했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의 문제는 인권적인 차원에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산가족들은 남북간의 이념 대립 속에서 부부간, 부모와 자식 혹은 형제들 사이에 생사 확인조차 하지 못함으로써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남북간의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가족과 격리되어 살아온 것이다.

필자는 몇 해 전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한인 이산가족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상당수의 이산가족들이 이념이 다른 곳에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이산가족들의 인권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는 보통 두 가지 관점에서 논한다. 시민적 정치적인 관점에서의 보편적 인권과,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는 상대주의적 인권이 그것이다. 이산가족의 인권은 그동안 남북간의 정치적 대립 때문에 오랫동안 소외되고 유린되어 왔다. 이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었던 역대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평양으로 갈 남한 이산가족과 서울을 방문할 북한 이산가족의 명단이 교환되고 있다. 이산가족 인권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사회적 노력도 더욱 진지하게 일어나야 한다.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세계화의 길에 들어서 있는 시대다. 언어조차 서로 통하지 않는 다이애스퍼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되기 위해 쉬지 않고 자신들의 공통점인 민족문화 등을 통해 노력하는 것을 우리는 보아 왔다.

이산가족들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세상에서 다른 방식의 생활과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이산 이후에 태어난 그들의 자식은 더욱 다른 생각과 방식의 세상에서 자라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만남이다. 차이를 표현하면 다시 차별이 생긴다.

수십만 수백만 이산가족이 혈육을 만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만남이 계속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아울러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산가족들이 오랫동안 유린당한 그들의 기본적 인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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