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31번 국도변 간판없는 운두령 송어회 "맛 끝내줍니다"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33분


‘Happy 700 평창.’

평창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입간판 글. 해발 600∼700m에서 인체기능이 가장 잘 유지된다는 서구 의학자의 견해를 좇아 고원(高原)지대의 평창군이 제작한 홍보문구다. 이런 평창은 맑고 차가운 물을 이용, 국내 최초로 송어양식을 시작한 곳이다. 평창 어디서고 맛볼 수 있는 송어회. 31번국도로 운두령을 넘게 된다면 ‘간판없는’ 송어횟집에 한 번 들러보자. 고원평창의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주인은 한영배씨(65·용평면 노동리). 왜 간판이 없느냐고 물으니 ‘운두령’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길가 큰 바위를 가리키며 “저거면 됐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휴일이면 발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손님이 많다. 비결은 맛과 정성. “평창양식장에서 가져오는 똑같은 송어지만 우리는 계곡의 흐르는 물에 보름이상 굶긴 채로 담가두었다가 회를 칩니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송어살이 쫄깃해지고 사료냄새가 빠진다”고 맛의 비결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진짜 비결은 부인과 딸 사위 아들 등 온가족이 직접 나서서 쏟는 정성인 듯 하다.

진주농고 축산과 졸업후 목장주가 되는 꿈 하나로 60년대초 평창까지 찾아와 구입한 운두령 산골짜기 땅. 그러나 67년 1·21사태때 공비난입으로 지척의 속사일대가 쑥대밭이 되자 겁이나 버려두었단다. 그러다 79년 운두령 고갯길(31번국도)이 포장되자 가족과 함께 이곳에 이주해 왔다.

“이 집이요, 모두 아버지가 지었어요.” 고래등 같이 크고 고풍스러운 식당옆 기와집과 정자각을 가리키자 한씨의 외아들 호천씨(29)가 대답했다. 솜씨좋은 한씨는 목수를 부려 이 집을 짓고 통운(通雲) 와운(臥雲)이라는 현판까지 판각해 소슬대문과 정자각 처마에 걸어 두었다. 가업을 이은 호천씨는 식당옆에 토종열매와 약초로 다려 내는 한방차 찻집을 낼 계획이다. 문의 033―332―1943

<평창〓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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