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살아있다]맥스/'밉지않은 꼬마괴물'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저는 맥스예요. 온갖 말썽을 부리다 저녁밥도 못 얻어먹고 방에 갇히는 아이랍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한 일로 풀죽어 있지 않지요. 지그시 눈을 감고, 길고긴 항해 끝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가는 거예요. 거기서 아주 크고 못생긴 괴물들의 왕이 되어 한바탕 법석을 떨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요, 방에는 따뜻한 저녁밥이 차려져 있답니다.

1963년 제가 처음 나왔을 때 예쁘고 고와야 할 아이들 그림책에 흉악한 괴물이 웬말이냐고 난리를 친 어른들이 많았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를 아주 좋아했어요. 도서관에서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이 아이 저 아이 손으로 돌아다닌걸요.

그래서 유명한 상도 받고 지금은 그림책의 고전 소리도 듣는데, 특히 심리학자들이 저를 두고 말이 많다는군요. 들어 보실래요?

제 이야기의 괴물이란, 정확히는 와일드 씽, 즉 야생의 존재라는 뜻입니다. 저부터가 그 야생의 존재죠. 엄마가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늑대옷을 입고 있는 게 절묘한 상징이라나요? 어른이건 아이건, 인간도 동물인지라 누구나 내면에 야수성을 갖고 사회와 갈등을 빚는데 제가 그걸 드러내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너무나 아이다운 방식으로 그걸 통제하고 극복한답니다. 환상을 통해 그 야수성을 마음껏 발산하고 카타르시스라는 걸 얻는대요. 그러면서 자아를 세워나가고 주변과의 관계를 정립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뭐예요, 제가 머리 속으로 괴물놀이 실컷 하면서 화나는 마음을 풀어버린다는 말이겠죠? 그러고 나면 미운 엄마도 예쁜 엄마가 되고, 저도 착한 아이가 된다는 소리잖아요. 그럴 듯하네요. 사실 신나게 괴물놀이 하고 나면 재미도 있고 마음도 후련해지거든요. 화난다고 막 총 쏘고 주먹질하는 어른들한테도 좀 가르쳐 주고 싶어요.

제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바로 가지각색 괴물들일 거예요. 온갖 동물과 사람을 뒤섞어 놓은 묘한 모습들 좀 보세요. 저를 만든 모리스 샌닥 아저씨는 어렸을 때 뚱뚱한 친척 아주머니한테서 “깨물어먹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는, ‘엄마가 밥을 조금만 늦게 내왔으면 정말로 날 먹어 버렸을 거야’ 하면서 공포에 떨었다고 고백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괴물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왕노릇한 것처럼 샌닥 아저씨도 그 무서움을 물리쳤어요. “마법을 써서” 말이죠. 우리처럼 마법을 쓸 줄 아는 어른이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에요. 한편으로는 엄마를 잡아먹겠다고 협박하는 못된 아이를 그린 책이라며 도서관에 갖다 놓지도 못하게 하는 어른도 있지만요. 그런 어른들, 계속 그러면 정말 잡아먹어 버릴 거예요!

김서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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