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한국의 녹색문화'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59분


▼'한국의 녹색문화' 김욱동 지음/문예출판사 펴냄▼

생태주의라는 녹색 렌즈를 통해 우리 문화를 읽어본 책이다.

문학생태학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전통 문학과 문화 속에서 한국 생태주의를 추적한다. 샤머니즘 전통 '삼국유사'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의 시와 산문 실학과 동학 등에서 생태주의의 연원을 찾아내고 그 특성을 고찰했다.

샤머니즘에서 정령 신앙은 생명이 없는 대상에 혼이나 영을 부여하는 것이다. 자연 대상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즉 짐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돌과 옷 같은 무생물에도 저마다의 영혼을 갖고 있다는 보는 것은 다름아닌 생태의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천지 일월성신 비 바람 불 같은 것을 숭배하는 다신론적 종교 전통 역시 생태주의의 맥락에 놓여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본격적이고 의도적인 생태주의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이규보의 다양한 시와 산문에 나타난 생태주의 정신을 추적한다. 이규보의 생태주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그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데서 드러난다.

이나 벼룩 같은 미천한 곤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인간의 생명과 동등함을 암시하는 글을 많이 남겼다.

이규보의 생태주의는 무생물에까지 이어진다. 질항아리 하나에도 존재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규보는 생태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이 책의 놀라움이자 매력은 실학에서도 녹색사상을 읽어냈다는 점이다. 실사구시의 실학은 그동안 자연과의 합일보다는 자연을 극복하려는 사상 인간 중심의 이용후생 학문으로 여겨져왔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선 박지원의 소설에 나타난 생태주의. 그의 소설 '호질'은 그동안 양반사대부 비판이라는 각도에서만 해석돼 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인간과 자연과의 화해 추구로 새롭게 해석한다.

북학파 홍대용도 생태주의자라고 말한다. 홍대용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물질의 순환과 에너지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점 그의 저서 '의산문답'에서 잘 드러나듯 인간과 짐승 식물을 굳이 구별하지 않는 점 등이 생태주의자의 면모 그대로라고 한다.

한국 문학 한국 문화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히고 한국 생태주의의 뿌리를 탐색한 역저다. 370쪽 1만5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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