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재건축 아파트 인기 '시들'…용적률 하락 예상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서울시가 입법예고한 ‘도시계획조례안’으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인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서울시와 건설업계가 용적률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30% 이상의 용적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구입해 재테크를 하려던 수요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으며 매매가도 크게 하락했다. 건립될 예정이던 초고층아파트들도 이번 조례안의 파장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조례안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활발히 진행되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 대형단지 재건축사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일대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가 2000만∼3000만원 가량 폭락한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포 1단지 15평형은 올초 2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억4000만원에도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

단일 단지로는 최대규모인 가락시영아파트도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40∼50건씩 쌓여있지만 수요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3월경 1억5500만원선이던 시영 13평형은 최근 1억3000만원까지 떨어졌으며 추가 하락마저 예상되고 있다.

계약파기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냈던 수요자가 계약금을 파기하고 있는 것. 가락동 D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사이 계약파기 건수가 5건이나 된다”며 “계약금보다 가격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초고층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서울 여의도 미주 백조아파트는 최근 용적률 943%로 건축심의가 통과돼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됐지만 잠실과 목동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용적률이 600% 이상 축소될 수 밖에 없어 초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5개 저밀도 지구의 경우에는 오히려 재건축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서울 화곡지구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등으로 시공사선정을 마치고 올해 안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조례안 발표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거래가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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