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바이오오키'의 왕성호사장

  • 입력 2000년 6월 12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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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다음으로 많은 나무.전체 나무의 15%나 된다.그러나 이렇게 국토를 뒤덮은 나무지만 별 쓸모가 없다.기껏해야 숯으로나 쓰일 뿐이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오키’의 왕성호사장(41)은 이렇듯 ‘천덕꾸러기’ 신세인 참나무에서 ‘황금알’을 캐는 사람이다.

바이오오키는 지난 5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참나무 목초액의 식용화를 연구해 왔다.참나무 목초액이란 참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추출해 자연냉각, 응축한 것.

왕사장이 5년간 흘린 땀은 이제 그 결실이 맺어지려는 단계에 와 있다.

고교 졸업후 일찌감치 사업전선에 뛰어든 왕사장이 참나무 목초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취미로 시작한 난(蘭) 키우기에서 비롯됐다.

“집에서 기르는 난에 줄 유기질 비료를 직접 만들면서 옛날 문헌을 뒤적이는데 참나무 목초액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그때 목초액의 효능을 처음으로 알게 됐죠”

참나무 목초액은 살균 해독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식품 의약품 유기농업 분야에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얘기였다.

“그런데,웬일인지 그때까지 아직 실용화가 안돼 있는 거에요.왜 그런지 알아보니까 문제는 독성이더군요.독성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 실용화에 이르지 못했던 겁니다”

왕사장의 머릿속은 그때부터 온통 참나무목초액 생각 뿐이었다.마침내 그동안 모아뒀던 돈을 가지고 목초액을 실용화하는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미생물학 등 전공자들을 불러모아 연구진을 꾸렸다. 하지만 개발에 착수한 뒤 2년여간 실패와 시행착오가 거듭되면서 그의 확신에는 점점 불안감이 스며들기도 했다.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IMF를 맞은 것도 타격이 컸고 ‘의약품’을 엄격히 규정한 국내 법제도 때문에 제대로 임상실험을 할 수 없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죠”

그러나 97년 중반부터 바이오오키의 독성 제거법과 참나무목초액의 효능을 인정하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는 걸 보면서 성공의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병원 임상실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고 미국식품의약품국(FDA) 실험기준을 통과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TV 인기드라마 ‘허준’에서 참나무 목초액이 등장해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선전되는 의외의 행운도 따랐다.

일단 목초액을 첨가한 ‘영림수’라는 드링크를 내놓은 왕사장은 미국 유럽 등 외국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왕사장은 “다들 쓸모없다고 버려진 참나무를 최고의 부가가치를 지닌 ‘보고(寶庫)’로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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