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G세대]'안티미스코리아' 참가 80세 김동혜씨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0분


“왕언니, 거기서는 좀 더 감정을 넣고 손을 모아야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1층 연습실. 20일 열릴 제2회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를 앞두고 오프닝 퍼포먼스를 위한 리허설이 한창이다. 참가자 모두의 어머니뻘인 김동혜씨(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맡은 역이 ‘대지의 여신’. 올해 만 80세인 그에게 한참 손녀뻘인 스탭들이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해대지만 ‘왕언니’호칭 이상의 특별대우는 없다.

“작년에 처음 열리는 걸 재미있게 봤어요. 나이 외모 학력 다 상관없다길래 올해 꼭 참가 신청을 낼려고 맘을 먹었지요.”

자신도 자신이지만 비슷한 연배의 친지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출전했다는게 김씨의 말이다. 그는 “아침 저녁으로 꾸준히 운동하고 몸관리해서 체력이 젊은이 못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데 나설 ‘멍석’이 없어 안타까워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무런 세대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김씨는 그야말로 신세대 할머니다. TV사극을 자주 봐 유동근을 좋아한다는 건 납득할만 하지만 댄스그룹 god나 ‘샤크라’의 최신 히트곡까지 줄줄이 꿰는 모습에서 ‘80세’를 느낄 재간은 없다. 평일 오전에는 동네 초등학교에서 ‘아들뻘’ 노인들과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며 외동딸 내외 그리고 손녀딸과 e메일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북이 고향으로 국립경찰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1947년 인천여자경찰서 조사과와 대검찰청 서기과 등을 거치며 경찰로 일했다. 6·25전쟁후 경찰공무원 생활을 접고 남편의 사업을 도와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재산도 모았지만 지나고 보니 역시 제일 소중한건 마음의 평화임을 깨닫는다고 한다.“푸르고 높은 하늘을 종이라 생각하고 매일 마음에 담아둔 한편의 시를 그곳에다 읊습니다. 중학교때 배운 한시의 구절을 지금도 마음에 담아두고 살지요.” 다음 목표는 90살의 나이로 10회 안티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하는 일. “그때쯤엔 내 또래 참가자들이 많지 않겠수?”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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