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파리에서]조혜영/'불교, 그 철학과 종교'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27분


▼'불교,그 철학과 종교' 베르나르 포르 지음/플라마리옹 출판사 펴냄▼

요즘 프랑스에서는 불교가 단연 ‘유행’상품이 되고 있다. 자동차부터 전기 가스공사 광고를 거쳐 모기약 광고에까지 삭발한 승려가 등장하고 있다. ‘선(禪)식 생활공간’‘선식 다이어트’ 등 마치 선이 단순함의 이상향을 표현하는 대명사처럼 일상용어로도 쓰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불교를 소개하는 간단한 책자들의 출판작업도 활발하다. 1998년에 포켓북으로 출판됐다가 다시 선보인 이 책 ‘Bouddhismes,philosophies et religions’는 불교와 서양사고의 상호접근을 기도하는 책이라 주목받는다. 저자 포르(Bernard Faure)는 파리대학에서 선(禪)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일본에서 7년동안 불교공부를 계속한 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18세기 중국 유가(儒家)의 비판적 시선을 빌려 불교를 바라본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서양사회에 알려진 이래 불교는 줄곧 왜곡의 수난을 겪어왔다. 헤겔을 비롯한 19세기 철학자들은 불교에서의 ‘무(無)’의 강조를 허무주의라고 비판했다. 근래에는 각 사회의 전통과 접목된 불교사와 불교의 순수한 철학적 요소를 별개로 연구하는 추세이다.

저자는 먼저 현대의 이러한 미시안적 연구태도를 극복하려 한다. ‘우리는 불교를 알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첫장에서 불교의 관점에서 불교 그 자체를 이해하는 시도를 선보인다. 불교에서는 사고와 행동이 구별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실천에 바탕을 두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불교가 탄생한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전통과의 만남과 동화로 불교는 하나가 아니라 각국 불교가 저마다 독특한 세계를 이루었음을 밝힌다. 책 제목에 단수(單數)를 쓰지 않고 복수(複數)를 쓴 이유는 이 때문이다.

또한 서양의 합리성과 불교를 비교하면서 서양사고의 숨겨져 있었던 점을 불교의 시각을 통해 재발견하고 서양의 절대적 진실의 개념, 이원론적 사고 외에 또다른 사고의 지평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불교, 그리고 무엇보다 서양의 사고에 대한 오랜 성찰의 결실인 이 책은 서양인에게 불교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스스로를 질문하게 함으로써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 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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