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K리그 우승? 30代에 물어봐”

  • 입력 2000년 5월 12일 18시 37분


포항 고정운
포항 고정운
‘시들지 않은 열정. 30대 노장스타들 팀 우승 이끈다.’

신세대 스타들의 부진 속에 30대의 잊혀져가던 노장들이 대한화재컵에 이어 새천년 첫 프로축구 정규리그(K리그)에서도 우승을 담보할 각 팀의 중심으로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레이스로 펼쳐지는 정규리그에서는 이들이 체력의 열세로 시즌 초반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경기의 승패가 20대의 열정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만큼 성숙해 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최문식(31)이 대표적인 경우. 올해로 프로 입문 12년째인 최문식은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선수답게 매 시즌 득점왕이 최고의 목표였다. 하지만 93년 아디다스컵 득점왕이 유일한 개인상으로 20대에는 골잡이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최문식은 지난해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보강한 뒤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뒤늦게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덕분에 대한화재컵에서는 도움 4개로 도움부문 2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팀을 결승까지 견인했다.

대대적인 세대교체의 와중에서 올 들어 강팀의 면모를 상실한 울산 현대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선수가 정정수(32).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 등으로 부진했고 부인이 유방암에 걸리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지쳤던 그는 올 들어 미드필더로 공격 2선을 누비면서도 팀이 대한화재컵에서 거둔 팀 득점 9골의 절반이 넘는 5골을 기록하며 현대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또 재일교포 출신 박강조의 합류 이후 기동력 있는 플레이로 대변신을 시도해 대한화재컵 4강에까지 올랐던 성남 일화도 여전히 ‘팽이’ 이상윤(32·대한화재컵 2골)에게 공격의 무게중심이 실린 상태고 김도근이 일본 진출로 빠지는 전남은 K리그에서 노상래(31)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같은 노장 붐에 마지막 불을 지필 수 있는 카드는 ‘코뿔소’ 고정운(35·포항)의 부활. 지난해까지 55골-48도움을 기록한 뒤 부상으로 주춤한 고정운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의 ‘50(골)-50(도움)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도 독일의 축구영웅 마테우스(39)가 올해 미국프로축구로 이적해 현역으로 뛰고 있고 94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겼던 호마리우(34)가 브라질 대표팀에 복귀한 것을 비롯해 둥가(36·브라질) 이안 라이트(36·영국) 로베르토 바조(33·이탈리아) 슈케르(32·크로아티아) 비어호프(32·독일) 바티스투타(31·아르헨티나) 베르캄프(31·네덜란드) 등 30대 스타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약을 하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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