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주주 지분확대 "BW가 효자"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50분


기업의 대주주들이 지분을 높이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BW는 일정기간 후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는 채권. 대주주들은 BW 발행한 뒤 투자자들로부터 채권을 제외한 신주인수권(Warrant)만 인수하고 적당한 때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취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상장기업 뿐 아니라 코스닥기업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현 회장의 동양시멘트 지분 증가〓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8년12월말 현재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동양시멘트 지분은 보통주(107만1220주)와 우선주(8만428주)를 합해 6.03%. 그러나 올 4월21일 현재는 보통주(201만5414주)와 신주인수증서(261만2779주)를 합해 15.55%로 높아졌다. 1년여만에 3대주주에서 1대주주로 올라선 것.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2월과 7월 각각 4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현회장은 4월9일과 15일 보통주 33만2499주에 해당하는 CB를 인수해 8월3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동양시멘트는 이어 작년5월 해외BW 3000만달러를 발행했으며 현회장은 이중 채권을 뺀 신주인수증서만 8월18일과 10월29일 각각 145만7327주를 장외에서 매입했다. 이어 작년12월15일 이중 30만875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통주를 받았다.

▽비용이 적게 든다〓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장내매입 CB BW 등 3가지. 이중 장내매입은 시가에 매입하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고 CB는 주식전환가를 시가보다 낮게 정해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채권 부분도 함께 사야 하기 때문에 원금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채권과 주식 부분을 분리한 BW를 많이 활용하는 것. 예를 들어 BW 가격이 1만원이면 신주인수증서는 보통 500원 미만. 대주주는 장외에서 신주인수증서만 싼 값에 매입하기 때문에 CB에 비해 자금부담이 훨씬 적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각종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해외BW를 발행한다”며 “발행기업 대주주가 약간의 프리미엄을 주고 신주인수증서만 대량으로 인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솔제지가 지난달 12일 500억원(금리 11.25%) 어치를 발행한 BW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신주인수가격이 시가보다 20% 할증됐지만 표면금리가 일반회사채 발행금리보다도 높기 때문. 증권업계는 특정기관이 발행물량의 50%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2∼3개월 후 대주주가 신주인수증서만 인수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한솔관계자는 이에 대해 “권리행사가격 할증을 감안할 때 금리는 높은 것이 아니다”며 “대주주 인수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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