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기발하고…재미있게…어린이책 새흐름

  • 입력 2000년 4월 28일 18시 46분


어린이 날, 이번엔 좀 색다른 그림책을 권한다. 그림책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책을.

보림에서 나온 ‘엉뚱한 그림책’ ‘맛있는 그림책’과 에디슨북에서 나온 ‘우리는 놀기대장 씻기대장’ ‘123 숫자공부가 재미있어요’. 유아용. 지금까지의 그림책은 주로 그림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들 그림책은 그림을 뛰어 넘는다. 주변의 생활 용품을 소재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사진으로 처리해 담아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를 생활그림책이라고 부른다.

‘엉뚱한 그림책’ ‘맛있는 그림책’은 소재의 확산,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과일 채소 양말 깡통 장갑 머릿솔 등 생활용품을 활용해 동물로 형상화하고 그것을 예쁜 배경 조형물과 합성해 사진으로 담아냈다.

생활 소재를 이용해 동물을 만든 것을 보면 재치가 가득하다. 고구마인가 하고 들여다보면 생쥐고, 호박 두 개가 겹쳐져있나 하고 들여다보면 멧돼지다. 몽당연필은 잠자리의 어여쁜 몸통이 되고, 머릿솔은 까칠까칠한 고슴도치가 된다. 엉뚱하지만 재기발랄하다. 오이로 만든 악어는 정말 절묘하다. 오이의 표면으로 악어의 울퉁불퉁한 몸통를 표현한 그 기막힌 상상력.

사소한 생활 소재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관찰력과 그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키워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동물들을 만들어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우리는 놀기대장 씻기대장’ ‘123 숫자공부가 재미있어요’는 극사실적인 사진을 활용한 그림책. 모델로 등장한 아이들의 사진이 실려있다. ‘우리는 놀기대장 씻기대장’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짖궂게 장난하고 몸을 더럽힌 뒤 목욕하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담았다.

이 책의 매력은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자신을 책 속의 또래 아이들과 동일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책 속의 아이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 그리고 책 속의 상황을 실제 상황으로 생각한다. 책 속 친구의 행동을 따라하게 되고 자연스레 목욕 습관을 익히게 된다. 모델 아이들의 사진이 교육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는 책이다.

사진은 사물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동식물 사진이 아이들 사진과 함께 들어 있는 ‘123 숫자공부 재미있어요’는 동식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을 길러준다.

생각을 바꾸면 어린이 책도 변한다. 그림책의 소재가 바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느낌과 감성도 달라진다. 그럴 때, 아이들의 상상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엉뚱한 그림책’ ‘맛있는 그림책’ 각 22쪽 6000원. ‘우리는 놀기대장 씻기대장’ ‘123 숫자공부가 재미있어요’ 각 24쪽 7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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